[법조 인사이드] “경쟁 약국 문닫게 해주세요” 약사 업계의 법정 다툼, 속사정 들여다봤더니…
대형 로펌이 잇따라 수임… 승소·패소는 사건마다 달라

부산의 한 대학병원 주변 약국 13곳은 “새로 생긴 A 약국의 개설 등록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하고 있다. 작년 8월 대학병원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A 약국이 문을 연 게 발단이 됐다. 3개월 만에 기존 약국 13곳은 A 약국 등록 취소를 위한 소송을 내면서 “대학병원 처방전을 독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기존 약국들이 서울에 있는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20일 조선비즈에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과 연계된 걸로 의심되는 신설 약국이 등장하면 기존 약국들이 수임료가 비싼 로펌까지 동원해 법정 다툼을 벌일 정도로 생존권 차원의 경쟁이 극심하다”고 말했다.
◇ 법원 “병원 안에 생긴 약국이 처방전 독점하면 등록 취소”

이 소송은 현재 항소심에 올라가 있다. 지난 11일 판결이 선고된 1심 재판에선 기존 약국들이 패소했다. 재판부는 “A약국 자리는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 중순까지 18년 간 다른 약국이 운영되던 곳”이라며 “그 약국은 폐업 전 3년간 해당 대학병원 전체 처방전 중 약 3% 정도만 받아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A약국이 병원 처방전을 독점할 거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기존 약국들이 항소하면서 2심 재판을 하게 된 것이다.
기존 약국들이 승소하는 사건도 적지 않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재단 건물에 지난 2019년 새로 들어선 약국 5곳에 이 병원 처방전의 75%가 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약국들은 신설 약국들의 등록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대법원은 지난 2022년 “병원 재단 건물에 새로 생긴 약국 5곳의 등록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에서도 법무법인 태평양이 기존 약국들을 대리했다.
또 2017년 경남 창원의 한 대학병원 안에 생긴 약국 2곳이 거의 3년에 걸쳐 이 병원 처방전의 90%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2020년 “문제된 약국 2곳은 병원과 독립된 장소에 위치한다고 볼 수 없고 처방전도 독점하고 있다”면서 “약국 2곳의 등록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약사법 20조는 ‘의료기관 시설 내부나 구내에 개설하려는 약국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소송에서도 기존 약국들이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했다.
◇ 약사 업계 “생존권 차원 경쟁”… 大法 “기존 약국이 소송 낼 자격 있어”

기존 약국들이 신설 약국의 등록 취소를 위한 소송을 낼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가 소송 쟁점이 되기도 한다.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이 엇갈린 사례도 나왔다.
지난 2020년 B 병원의 피부관리실로 사용되고 있던 장소에 신설 약국이 들어섰다. 그러자 주변의 기존 약국들이 신설 약국의 등록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약사법 20조에는 ‘병원 시설 일부를 변경하여 개설하는 약국의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1심과 2심이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1심은 기존 약국들이 신설 약국의 등록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낼 자격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신설 약국의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기존 약국들이 소송을 낼 자격 자체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기존 약국들의 주요 매출이 B 병원에서 나온다고 보기 어렵고 B 병원의 처방전 중에 신설 약국에 들어가는 건 극히 일부”라며 “기존 약국들의 영업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1일 “기존 약국들도 소송을 낼 자격이 있다”면서 “기존 약국들도 B 병원 처방전을 받았기 때문에 신설 약국이 생기면서 매출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사건은 2심 법원인 서울고법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의 원고인 기존 약국 측은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B 병원 처방전이 신설 약국에 몰리면서 기존 약국들의 매출이 절반 넘게 줄었다”면서 “소송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법무법인 강한의 남기정 대표변호사는 “신생 약국이 특정 병원의 처방전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을 약속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기존 약국은 소송을 통해 생존 투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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