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미국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와 늦깎이 프로골퍼 '김선미'

김인오 기자 2025. 9. 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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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님 저 3년 만에 다시 우승했어요. 8승째입니다. 10승 채우겠습니다."

며칠 전 출근길에 프로골퍼 김선미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면서 얼마 전 이야기 했던 대화가 오버랩 됐다. 김선미 프로는 3년 전 투어플레이스 챔피언스 투어에서 7승째를 기록한 후 10위권은 유지했지만 우승을 기록하진 못했다.

그래서인지 본인은 50대 중반을 향해가고 젊은 프로들의 실력과 체력에 밀려 우승은 요원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때 필자는 "골프는 아무도 모른다. 누가 더 잘할지, 우승할지를"이란 말을 했었다. 그리고 나서 불과 2주 만에 우승 소식을 전해왔다.

김선미 프로는 31살의 늦은 나이에 KLPGA 정식 프로가 됐다. 다른 프로들은 그 나이에 은퇴를 생각해야 할 때 그는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무려 10살 이상 차이나는 선수들과 KLPGA 투어에서 활동하며 우승의 꿈을 키웠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늦은 출발 성적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38세의 나이에 경희대학교 골프학과를 입학해 석사과정까지 밟았고 지금은 박사코스까지 도전하고 있다.

김 프로는 누가 봐도 늦은 나이에 투어 생활과 공부까지 도전한 욕심 많은 늦깎이다. 그런 그가 올해 52세의 나이로 생애 8승째를 기록했다. 김 프로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60세까지 10승 이상을 하겠다는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전설적 프로골퍼 필립 몽클리에프가 말한 "어느 나이에 골프를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는 말을 방증시킨 인물이다. 그래서 골프는 60대 골퍼가 30대 골퍼를 이길 수도 있고, 키 작은 골퍼가 키 큰 골퍼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 그러니 시작이 늦었다고 해서 결과까지 항상 뒤에 있으라는 법은 없는 것이 골프이다.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는 76세의 나이에 그림을 시작해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 93세에 타임지 표지, 100세 때 뉴욕시는 '모지스 할머니의 날'을 선포했다. 그는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사람에겐 지금이 바로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이며,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좋은 때"라는 명언을 남겼다.

국내서도 지난 8월 14일에 90세의 윤필남 할머니께서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87세 되던 해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붓을 들었고 구순의 나이에 아트갤러리에서 정식 전시회를 열며 화가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3년 전 작고하신 골드, 코리아CC 이동준 회장께서는 "82세에 성균관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도전했다. 82세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도전해 최초가 되겠다"며 그는 늘 "언제 시작해도 삶은 절대 늦은 것이 아니며 이를 실행하지 않는 것이 가장 늦은 것이다"고 했다.

증기기관차를 발명한 제임스 와트는 64세에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80세까지 기계설계를 했다. 소포클레스는 80세에 '오이디푸스 왕'을 저술했다.

얼마 전 가수 윤종신, 부인인 전 테니스 국가대표 전미라 씨와 함께 골프 라운드를 했다. 윤종신은 50 초반에, 전미라는 40 중반의 나이였던 2년 전 골프를 시작했다. 더 놀라운 것은 골프를 받아들이는 농익은 마인드가 너무도 좋았다. 20, 30대처럼 전투적이지 않고 자연에 녹아들면서 여유로운 골프를 즐기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한 골퍼 같지 않게 감각적인 샷과 퍼트 공략은 오히려 30년 넘게 골프를 한 필자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부부간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핀을 향해 걸어가면서 서로에게 희망이고픈 모습이 등 뒤로 선명해 보였다.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은 신선한 공기와 자연 바람 맞으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언제 어느 때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 60세까지 10승 이상을 채우겠다는 김선미 프로, 76세의 늦은 나이에 붓을 든 모지스 할머니, 87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윤필남 할머니는 그래서 우리에게 희망이다. 핀을 향해 힘차게 샷을 하는 그 순간처럼 그건 희망이고, 삶을 이제 관조할 수 있는 농익은 인생이기에 더 아름답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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