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폐 끼칠라"… 직장 상사 '뒷담화'도 AI에 털어놓는 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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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ChatGPT)에 '상사 욕하는 방'을 만들었어요.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시시콜콜 털어놓으면 어느새 진정돼요."
호영성(44) 연구소장은 "Z세대는 '민폐를 끼치지 않는 관계'에 초점을 두고 '정서적 위로를 주는 관계'에 대해선 기대를 덜하는 것"이라며 "대신 자신의 감정을 AI에 기록, 조절하며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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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AI에 일상 대화" 24% "심리 상담"
"힘들 때 의지"보다 "싫어하는 행동 안해"
빤히 보는 '젠지스테어' 갈등 회피 방어막

"챗지피티(ChatGPT)에 '상사 욕하는 방'을 만들었어요.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시시콜콜 털어놓으면 어느새 진정돼요."
서울 강남구 정보통신(IT) 회사에 다니는 박모(27)씨는 요즘 동료나 친구 대신 챗지피티에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는 "일이 바빠 회사랑 집만 오가니 사람 만날 여유가 없고, 말해 봤자 이해받지 못할 것 같다"며 "인공지능(AI)은 모든 질문에 성의 있게 호응하고 공감과 해결책까지 말해줘 애용한다"고 했다.

학업·업무를 돕는 도구였던 생성형 AI를 정서적 교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Z세대(1996~2010년생)를 중심으로 뚜렷해지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6월 AI를 주 4일 이상(1주일에 1시간 이상) 사용하는 Z세대 대학(원)생 100명과 직장인 100명에게 물어보니 24.5%는 AI를 통해 심리 상담을 한다고 답했다. AI와 말동무처럼 일상 대화를 나눈다는 응답도 32.5%나 됐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세대 간 인식과 변화를 조사·분석하는 민간 연구기관이다.
Z세대들은 눈치 보지 않고 고민을 토로할 수 있다는 걸 AI 상담의 장점으로 든다. 취업 이후 챗지피티 사용 빈도가 늘었다는 박씨는 "입사 전 겪은 적 없는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는 없지 않느냐"며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도 기분 나쁘지 않게 하기 위해 문구를 꼼꼼하게 검수받는다"고 전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모(27)씨도 "언제 어디서든 푸념을 늘어놓을 수 있어 오히려 친구보다 편하다"고 말했다.

인간관계의 핵심 덕목 10개 항목 가운데 중요하다고 여기는 3개를 골라달라고 한 세대별 설문(1,200명 대상)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힘들 때 의지하고 위로해 주는 것"을 택한 응답률은 86세대(1961~69년생)에서 X세대(1970~80년생), M세대(1981~95년생), Z세대로 갈수록 57.7→55.3→45.3→39%로 계속 낮아졌다. 반면 "친구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 응답률은 86세대는 22.7%에 불과했으나 Z세대는 41%나 됐다. 호영성(44) 연구소장은 "Z세대는 '민폐를 끼치지 않는 관계'에 초점을 두고 '정서적 위로를 주는 관계'에 대해선 기대를 덜하는 것"이라며 "대신 자신의 감정을 AI에 기록, 조절하며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적당한 거리감'과 '느슨한 연대'를 중시하는 Z세대의 관계 법칙은 최근 화제가 된 '젠지스테어(GenZstare)'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GenZ(Z세대)'와 'stare(응시한다)'를 합친 신조어로, 대화 상황에서 공허한 눈빛으로 침묵을 이어가는 태도를 뜻한다. 무례하거나 성의 없는 태도로 비쳐 논란이 일었지만, 호 소장은 자기 검열 강화의 결과로 해석한다. 우리 사회의 대립 양상이 과거 이념·지역에서 최근 세대·성별처럼 일상과 밀접한 분야로 옮겨가면서 민감한 갈등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 발짝 물러서는 일종의 방어막이라는 진단이다. 대형 금융회사 인턴으로 근무하는 윤모(25)씨는 "생각지 못한 지시나 질문을 받으면 선뜻 대답이 안 나오는 건데 버릇없다고 단정하는 건 편견에 가깝다"고 털어놨다. 호 소장은 "세대별로 관계의 기준, 무례함의 기준이 다르다는 걸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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