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엔 꽃술, 여름엔 복분자 과하주…남산 아래 자리잡은 ‘현대판 주막’

2025. 9. 2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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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의 핫 플레이스
사진 1
많은 관광객과 외국인이 오가는 서울 남산 아래 작은 골목에 젊은 양조사가 직접 빚은 전통주와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해방촌에 위치한 ‘윤주당’(사진 1)은 미식가와 셰프들 사이에서 숨은 명소다. 이곳을 운영하는 윤나라 대표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외국에서 경력을 쌓던 중 한 나라의 문화와 음식이 가진 힘을 실감하게 됐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여러 전통주 명인에게 양조를 배운 뒤, 자신이 직접 빚은 우리술을 제철 안주와 함께 선보이는 ‘현대판 주막’을 열었다.

“윤주당의 가장 큰 특징은 고정된 주류 메뉴가 있는 게 아니라 계절마다 어울리는 전통주를 다양하게 페어링하고 소개한다는 거예요.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사계절 내내 제철 재료를 넣은 술을 빚어 마셨는데 봄에는 향긋한 꽃을 넣어 만든 꽃술을, 여름에는 지친 기운을 보충하는 복분자 과하주를, 가을에는 햇곡식과 밤·단호박 등을 넣은 술을, 겨울에는 저온 발효로 향이 짙어진 약주를 만들어 즐겼죠.”

사진 2
대표 메뉴는 ‘주모의 한상’(8만5000원, 사진 2)이다. 신선한 채소 무침과 전, 직접 빚은 약주를 넣어 삶은 수육, 진한 감칠맛의 국물 요리까지 총 7가지 제철 요리로 구성된다. 술 빚는 이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답게 이곳 메뉴는 무엇을 주문하든 전통주와 잘 어울리는 깊은 발효 풍미가 특징이다. 곁들일 음료는 윤주당에서 직접 양조한 탁주와 약주로 구성된 페어링 3종(3만3000원) 또는 여기에 계절 전통주 2종을 추가한 페어링 5종(5만5000원)을 추천한다.

가장 인기 있는 ‘윤주당 탁주 12도’는 조선시대부터 전해진 부의주 레시피를 바탕으로 찹쌀과 물, 전통 누룩을 넣어 만드는데 복숭아와 청포도, 화사한 흰 꽃 향이 두드러진다.

윤 대표가 고향인 서울의 밤을 떠올리며 빚었다는 ‘남산의 밤’은 단호박이 들어가 노란빛을 띠고 시트러스가 떠오르는 상큼한 산미를 지닌다.

“전통주는 신맛, 단맛, 알코올 도수,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 등 풍미를 구성하는 요소가 굉장히 복합적이에요. 그래서 음식과의 페어링에 경계가 없고 한식을 비롯해 양식이나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과도 잘 어울리지요.” 가장 글로벌하면서도 개성 있는 맛의 도시로 떠오른 서울에서 전통을 빚어 현재의 맛을 전하는 젊은 주모의 술과 함께 계절의 풍류를 즐겨보시길.

글 이나리 출판기획자 사진 김태훈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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