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유화책 수위 놓고 ‘자주파 vs 동맹파’ 물밑 신경전

김동하 기자 2025. 9. 2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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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Why] 李 “9·19 정신 복원” 어떤 배경서 나왔나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평화는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기본 토대”라며 “9·19 군사 합의 정신 복원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체결한 ‘평양 공동선언’과 그 부속 문서인 남북 군사 합의를 원칙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뜻이었다. 정세 안정이 경제 발전의 근간인 만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유화책을 펼치겠다는 취지로 이에 대해서는 정부·여권 내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합의의 ‘정신’을 ‘차근차근’ 복원하겠다는 표현은 합의를 당장 전면 복원하겠다는 것과는 다르다. 9·19 군사 합의 복원이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지난달 8·15 경축사에서도 “선제적,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여권 내의 자주파와 동맹파가 대북 유화책의 수위와 속도, 방법론을 두고 물밑에서 벌이는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나온 ‘타협’의 산물이란 분석이 나온다.

◊‘동맹파 對 자주파’ 견제 구도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외교가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자주파’와 ‘동맹파’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재기용됐고 동시에 대통령실에는 외교부 출신 ‘미국통’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맹파와 자주파의 상호 견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동맹파에는 위 실장이 있고, 자주파 전면에는 정 장관이 있지만 뒤에서 이종석 국정원장이 뒷받침하는 구도”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주파는 트럼프 대통령과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했지만 위 실장이 적극 만류했다”며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이 위 실장의 의견을 주요하게 듣고 한미 회담에서 그대로 실행했다”고 했다.

9·19 군사합의 복원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은 첨예하게 다르다. 정 장관은 이날 경기 파주에서 열린 9·19 평양 공동선언 및 남북 군사 합의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적어도 올해 안에는 9·19 군사합의가 선제적으로 복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위 실장은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꼭 9·19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남북 간의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노력을 안보에 저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작하겠다”며 “북한의 반응을 보면서 정부 안에서 조율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9·19 군사 합의는 군사분계선(MDL) 인근 지역 훈련 중지, MDL 일대 ‘비행 금지 구역’ 설정, 비무장지대(DMZ) 내 상호 인접 감시초소(GP) 철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위 실장 발언은 북한의 호응 없이 우리만 이런 합의를 전면 복원하면 안보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與圈 내 자주파 불만 표출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맹파와 자주파 문제에 대해 “곳곳에서 의견 대립이 있지만 대통령이 다 들어보고 정리하기 때문에 상호 견제가 꼭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인사들이 대거 모인 가운데 열린 이날 9·19 7주년 기념식과 특별 토론 분위기는 달랐다. 역대 진보 정부에서 일했던 자주파 인사들의 발언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책 수위와 속도에 대한 불만이 드러났다.

정동영 장관은 정세현·이재정·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서훈 전 국정원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에서 9·19 합의 복원과 관련해 “저는 이것을 오늘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군사 합의는 제 권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빠른 복원을 원하지만, 다른 부서에서 반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통일부 장관을 좀 많이 뒤에서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외교·국방부보다) 인원 적고 예산 적은 통일부 장관이 고함을 지르지 않으면 통일부는 참여를 못 한다“며 ”소리 좀 질러서 빨리 끌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내년 한미 연합 훈련을 취소하느냐 소규모로 하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 개선의 시간이 결정된다”며 “문민 장관답게 장군들을 끌고 나가야 하는데 군인들에게 끌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 대한 지적 같지만, 9·19 합의 복원에 미온적인 ‘동맹파’에 대한 불만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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