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40대 경비원은 왜 사무실 초코파이 먹었다 실직 위기 몰렸나
검찰이 액수 적어 약식 기소했지만
유죄 땐 해고될까 정식 재판 청구

전북의 한 물류 회사 경비원 A(41)씨는 지난해 1월 18일 오전 4시 6분쯤 물류 회사 2층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 1개와 커스터드 1개를 꺼내 들었다. 새벽에 순찰을 돌다 배가 고파 과자를 가져가 먹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A씨는 이 일로 재판을 받고 직장까지 잃을 위기에 처할 줄은 몰랐다.
물류 회사 소장 B씨가 방범 카메라(CCTV) 영상을 보고 A씨를 112에 신고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6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훔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A씨가 과자를 가지고 나오는 모습이 담긴 방범 카메라 영상을 증거로 들었다. 경찰은 절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A씨는 합의를 하면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다는 변호사 말을 듣고, B씨 등과 합의를 시도했지만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은 절도 액수가 적은 점 등을 감안해 A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 벌금 5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그러나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1심 재판에서 “평소 사무실을 드나드는 탁송 기사들로부터 ‘냉장고 간식을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절도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씨는 “물류 회사 직원들 먹으라고 회사 법인카드나 사비로 사놓은 과자”라며 “탁송 기사들도 냉장고를 함부로 열지 않고, 물류 회사 직원들에게 허락을 받고 간식을 꺼내간다”고 진술했다.
1심을 맡은 전주지법 형사6단독 김현지 판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사무실은 사무 공간과 탁송 기사 대기 공간이 분리돼 있고 냉장고는 탁송 기사들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사무 공간에 있다”면서 “피고인의 직업과 근무 경력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탁송 기사들이 물류 회사 직원이 아니고 냉장고 속 과자를 먹으라고 할 권한도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씨에게 절도 전과가 있는 점도 참작했다고 한다.
A씨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 재판장은 지난 18일 첫 재판에서 “사실 사건을 따지고 보면 400원짜리 초코파이와 650원짜리 커스터드를 가져다 먹었다는 건데…”라며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했다. A씨 측 박정교 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사무실”이라며 “진짜 과자를 훔치려고 했다면 (과자 상자를) 통째로 들고 가지 초코파이 한 개, 커스터드 한 개 이렇게 갖고 가겠느냐”고 했다.
이 사건을 두고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기소유예로 종결하면 됐을 사안인데 전적으로 검찰의 잘못”이라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제대로 된 판사와 검사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형사사건 절차상 혐의가 인정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면 기소를 하는 게 원칙”이라며 “A씨의 경우 절도 전과까지 있기 때문에 기소를 한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A씨가 지금까지 쓴 소송 비용만 1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안다”며 “하도급 보안 업체 소속으로 유죄를 받으면 해고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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