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믿을 수 없다’… 새 안보동맹 찾아 나선 사우디
수십여년 이상 미국의 영향권 아래서 움직였던 중동 강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바뀐 안보 전략과 급격히 변화하는 중동 정세 영향 속 새로운 안보동맹을 찾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휴전협상 중재국인 카타르를 공습한 사건이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사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전날 핵무기를 보유한 파키스탄과 어느 한 국가가 무력 침공을 받으면 다른 국가가 군사 지원을 하는 상호방위협정을 체결했다.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17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이번 협정은 모든 군사적 수단을 포괄하는 방위협정”이라며 파키스탄이 보유한 핵무기가 사우디에 ‘핵우산’으로 제공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특히 지난 9일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은 중동의 안보를 보장해온 미국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린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동 최대 미군 기지가 있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카타르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사우디는 미국이 더 이상 완벽한 방패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CNN은 사우디의 이 같은 변화가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누적된 실망감의 결과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2019년 사우디의 주요 석유 시설이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았을 당시를 실망감이 극대화된 주요 사건으로 꼽았다. 당시 공격은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됐지만, 미국은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2022년 예멘의 후티 반군이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했을 때에도 미국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걸프 국가들은 느꼈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으로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사우디 정치 평론가 알리 시하비는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원하는 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우디와 파키스탄의 협정은 사우디가 중동 내에서 외교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2023년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협정은 자국 안보불안 해소를 위한 사우디의 의지가 구체화한 결과이며 미국이 주도해온 중동안보 질서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로 평가되고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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