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진의 노트] 반가운 공채 단비, 하지만…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5. 9. 19. 17: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가을이 오면서 하반기 공채 시즌이 시작됐다는 게 물씬 느껴지는 요즘이다.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어떤 기업의 채용 공고가 떴는지가 주된 이야깃거리고, 대학 도서관에는 각 회사의 직무적성평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대기업 공채는 단순한 채용 규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대기업들의 대규모 채용 계획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시작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한 번의 채용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오면서 하반기 공채 시즌이 시작됐다는 게 물씬 느껴지는 요즘이다.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어떤 기업의 채용 공고가 떴는지가 주된 이야깃거리고, 대학 도서관에는 각 회사의 직무적성평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채용설명회도 연일 만석을 기록한다.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방도 어느새 채용 공고 공유방으로 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기업들이 발표한 대규모 청년 채용 계획은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삼성은 향후 5년간 총 6만명을 채용할 계획이고, SK그룹도 올해 약 800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만 해도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며 대학의 취업박람회 규모가 대폭 축소되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반가운 뉴스다.

대기업 공채는 단순한 채용 규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구조적으로 취업 기회가 제한된 청년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고, 안정적인 경력의 출발점을 마련해 준다.

얼어붙은 채용 시장에 활기가 도나 싶지만, 취업준비생들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한 반짝 채용에 그치는 것 아니냐" "한 번에 많이 뽑아놓고 추후 몇 년간 채용을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청년들의 강한 구직 욕구에 비해 일자리는 충분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전년보다 0.8%포인트 오른 16.4%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이란 더 나은 일자리를 원하는 단시간 근로자·잠재구직자·잠재취업가능자 등을 포함한 수치로, 경제 주체가 느끼는 일자리 상황을 반영한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주위 친구들은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치르는 과정에서 느끼는 긴장보다 '내일은 어떡하지' 하는 막막함이 더 크다고 한다. 기업들은 몇 명을 채용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취업준비생들이 자격증 등 스펙을 아무리 쌓아도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합격 통보 대신 "귀하를 모시지 못하게 됐다"는 답장을 받는 날이 반복되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결혼이나 내 집 마련 같은 단어는 먼 이야기로 밀려난다.

청년 취업난의 본질은 단순히 일자리 부족에만 있지 않다. 한국 사회가 청년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기업은 '경력 있는 신입'을 원하고, 사회는 '끈기 없는 세대'라고 낙인찍는다. 정작 청년에게 기회 자체를 주지 않는 구조적 모순은 외면한다. 매몰차게 내치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아예 구직을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정부와 기업은 매년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단기성 공공 일자리, 보여주기식 채용 확대는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공정한 경쟁,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 취재 중 만난 취업준비생은 "학점 관리, 아르바이트, 대외 활동을 하며 부지런히 살았는데 돌아오는 결과가 없어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청년이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은 곧 사회의 실패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특정 세대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대기업들의 대규모 채용 계획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시작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한 번의 채용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청년이 스스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정한 구조와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지혜진 사회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