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현금지원 불가…하준경 "외환 안정이 전제"
"대미투자 급속히 증가하면 외환시장 불안 ↑"
"美, 한국과 일본이 똑같다고 생각하는 듯"
"신의성실의 원칙 하에 상호 이익이 되어야"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이데일리는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8일 이데일리를 비롯한 복수의 경제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하 수석은 부동산, 미국과의 관세 협상, 성장률 전망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은 한국의 외환 안정을 해치는 수준의 대미 관세협상 합의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미국이 요구한 대로 3500억달러(약 488조원) 규모 대미 투자펀드에 한국 정부가 돈을 넣으면 외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하 수석은 “미국도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 수석은 지난 18일 이데일리와 만나 최근 환율 상황을 언급했다. 지난 7월 30일 관세율 15%, 대미 투자펀드 3500억달러로 잠정 합의한 이후 환율 흐름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진단이다. 그는 막대한 규모의 대미 투자 가능성이 우리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하 수석은 “우리가 대미 투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미국에 돈을 보내는 것이다”면서 “외환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식으로 협상이 완전히 타결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외환시장에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정국 불안이 잦아들었던 6월만 해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50원대에 머물렀다. 대미 관세협상이 본격화되면서 환율은 올랐고 19일 기준 1395원까지 오른 상태다.
하 수석은 “외환시장의 안정성이라는 기본적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을 미국도 원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황을) 모르는 게 있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이어 “미국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이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나. 대외자산 등 여러 측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스와프 등이 어떻게 흘러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외환시장 안정성이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협상이라는 게 서로 이익이 되어야 한다”며 “이쪽(한국)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서로에게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신의성실의 원칙 하에 상호 이익이 되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미 통화스와프…서로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국이 내밀 수 있는 협상 카드 중 하나로 나왔던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일단 하 수석은 말을 아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정확하게 연구를 못했을 수 있다”며 “이제 서로 이해를 넓혀 가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추정된다.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를 현금으로 지원한다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막대한 달러가 빠져나가게 된다. 한국이 보유한 외환보유고가 4100억 달러 정도라는 점을 외환위기까지 우려될 정도다. 이재명 대통령도 타임지(誌)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대신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으면 한국 원화를 바로 달러로 바꿀 수 있다. 외환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미국이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원화를 다량 보유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한편 하 수석은 미국이 관세 압박을 하고 있지만 협상 결과는 낙관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와 의약품 관련해서 미국이 한 최혜국 대우도 지켜질 것이라고 봤다. 하 수석은 “서로 신의성실의 원칙 하에서 잘 이야기하고 있다”며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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