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8도 한파에 숨진 이주노동자…2심서 ‘한국 정부 책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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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숨진 이주노동자 유족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재판장 김소영)는 19일 이주노동자 고 속헹의 부모인 눈 이엠과 난 님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는 원고들에게 각 10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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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헹씨 부모에 각 1천만원 배상 판결

한파에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숨진 이주노동자 유족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재판장 김소영)는 19일 이주노동자 고 속헹의 부모인 눈 이엠과 난 님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는 원고들에게 각 10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담당 근로감독관이 외국인근로자 고용 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을 하면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면 사전에 이 사건 작업장의 열악한 숙소 환경이 개선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일반건강진단을 실시하도록 조치하였다면 망인의 간경화 증상이 급속히 악화하기 전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외국인노동자 관련 법령 등에서 정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속헹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은 망인의 사망 이전까지 이 사건 사업장 지도·점검을 한 적이 없음은 물론 지도·점검 계획을 수립하지도 않아 외국인고용법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어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로를 시작한 이후 일반건강 진단이 실시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근로자의 건강진단이 실시됐는지 확인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며 “담당 공무원이 직무를 해태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은 2018년부터 경기도 포천시 한 농장에서 채소를 수확하는 일을 했다. 속헹은 농장 기숙사에서 생활했는데 기숙사엔 난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한파 경보가 내렸던 2020년 12월20일 당시 30살이었던 속헹은 기숙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전날 농장이 있는 포천 일대 기온은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 그가 사망한 날은 고향인 캄보디아로 귀국하기 21일 남은 시점이었다. 그의 사인은 ‘간경화로 인한 혈관파열, 합병증’이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대책위) 등은 직업환경전문의 의견을 통해 난방을 적절히 할 수 없는 비닐하우스 내 샌드위치 판넬 숙소라는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한파로 인해 혈관이 급격히 수축돼 파열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속헹의 한 동료 노동자는 속헹과 함께 지내던 여성 노동자 4명이 그가 사망하기 전 이틀동안 추위를 견디지 못해 숙소를 나갔다고 ‘지구인의 정류장’(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에 전했다.
속헹의 부모는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했고 그가 사망한 지 1년5개월이 지나서야 속헹에 대한 산재 승인이 결정됐다. 속헹의 부모는 딸의 죽음에 한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속헹의 부모는 소장에서, 불법 기숙사를 제공하는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일하게 정부가 알선하고 고용허가를 내줬으며 주거환경 등 점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민사49단독 조영기 판사는 원고 패소로 판결하고 정부 쪽 손을 들어줬다. 조 판사는 “원고(유족)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속헹의 사망과 국가의 부작위 부분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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