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훔치는 ‘대도’ LG박해민, 피자 60판 선물 받기도…다음 버킷리스트는 ‘우승 주장’

박해민은 드래프트에서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선택받지 못했던 선수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최근 만난 박해민은 “고등학교(신일고) 때는 기대도 안 했다. 그런데 대학교(한양대) 때는 그래도 대학에서 가장 잘 쳤으니 기대를 했다. 그때는 독립 리그도 거의 없어 지명을 못 받으면 야구를 못 하게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지금은 ‘리그를 평정한’ 중견수지만 대학 시절 박해민은 스스로 “수비에는 관심도 없었다”고 할 만큼 수비 좋은 선수와 거리가 있었다. 박해민은 “호수비는커녕 ‘만세’도 많이 불렀다”고 했다. 줄곧 내야수로 뛰다 ‘입스 증후군’ 탓에 쫓겨나듯이 외야로 나갔다. 4학년 때는 어깨까지 아파 송구도 잘 못 했다.
졸업 시즌 대학리그 타격 1위(타율 0.429)에 오르고도 드래프트에서 다시 고배를 마신 이유다. 그나마 삼성이 신고선수(현 육성선수) 입단을 제안해 겨우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박해민은 “그때는 전력 분석을 마치면 수석코치님이 선발 라인업을 불러주셨다. (두산은) 유희관 선수가 선발인 날이었다. 왼손 투수니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7번 타자에 제 이름이 불렸다. 그때부터 아무 소리도 안 들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하루 못 치면 그다음 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던 시절을 버티고 1군에서 살아남은 박해민은 이듬해 전 경기에 출장했고 그해부터 4년 연속 도루왕(2015~2018년)에 오르며 ‘람보르미니’라는 애칭도 얻었다.
출고 10년이 지났지만 ‘람보르미니’는 감가상각이 없다. 지난달 프로야구 역대 다섯 번째로 통산 450도루를 기록한 박해민은 19일 현재 시즌 도루 1위(48개)로 7년 만에 도루왕 탈환도 노린다.

박해민은 4월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담장 밖으로 뻗은 채은성의 타구를 낚았다. 이어 8월 5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펜스를 타고 올라 125m 넘게 날아온 김재환의 타구를 글러브에 넣었다. 김재환의 타구를 비롯해 잠실구장 외야에 있는 피자 업체 광고판 앞에서 여러 차례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든 박해민은 지난달 이 업체로부터 피자 60판을 선물 받기도 했다.

올 시즌 홈런을 두 개나 훔친 비법을 묻자 박해민은 “홈런 되는 타구를 잡아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국내 구장은 펜스가 대체로 높아서 잠실, 문학, 대전구장 정도에서만 시도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펜스 플레이나 점프만 생각했을 텐데 올해부터는 (타구가) 넘어간다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펜스를 탔다”고 답했다.

박해민은 “극찬이라고 생각해 기분 좋다”면서도 “무엇보다 수비에 대한 가치가 부각이 돼서 더 뿌듯하다. 야구 데이터 대부분이 공격에 치중돼 있는데 수비 가치도 더 세부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이터가 잘 축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3년 우승 때 (오)지환이를 보면서 ‘우승 주장이라는 게 저렇게 빛나는 거구나’를 느꼈다. 저도 한번 해보고 싶은 꿈이 생겼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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