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극우, ‘커크 방한’ 영상 연일 전파…“마가 세계화 동원”

정인선 기자 2025. 9. 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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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빌드업코리아 대표(오른쪽)가 지난 6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코리아 2025’ 행사에서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유에스에이 창립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하고 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그의 희생의 피가 미국과 한국을 새롭게 하실 줄을 믿습니다”

미국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활동가 찰리 커크가 총에 맞아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일(한국시각), 스스로를 ‘코리안 영 마가’로 부르는 김민아(36) 빌드업코리아 대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추모 글이 올라왔다. 김 대표는 찰리 커크의 죽음을 ‘희생’으로 적으며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미국인으로서 생애 처음 아시아를 찾은 찰리 커크는 곧바로 (가장 먼저) 한국 땅을 밟아 한국이 미국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전해줬다”, “한국 청년들이 한마음으로 찰리 커크를 위해 했던 기도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적었다.

한국 내 극단적인 정치적 주장을 이어 온 이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과격한 목소리를 전파하는 데 찰리 커크의 죽음을 활용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찰리 커크는 지난 5일과 6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코리아 2025’ 행사에 참여하고 엿새 뒤, 미국 유타밸리대학교에서 연설 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찰리 커크는 한국에 머물며 반중, 반북, 반이민, 반트랜스젠더 등 주장을 설파했는데, 그 흔적이 담긴 영상이나 게시물을 공유하며 “그를 따르겠다”고 다짐하는 식이다. 그의 한국 방문 영상은 미국 마가들 사이에서도 널리 공유돼 정치 테러에 대한 경계나 추모를 넘어, ‘마가 세계화’에 있어 한국이 이용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9일 빌드업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찰리 커크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여럿 올라와 있다. 김민아 대표가 빌드업코리아에서 “찰리 커크를 위해 다 함께 기도하자”며 찰리 커크의 몸에 손을 얹고 ‘안수 기도’를 하는 영상에는 9만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이 영상에는 “찰리는 이 시대의 순교자로, 젊은이들의 믿음을 위해 죽었다고 믿는다. 나와 내 아이들이 당신의 길을 따라 가겠다”, “한국이 계속해서 진보·좌파 이데올로기에 맞서 싸우길 바란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이들 사이에 회자되는 찰리 커크 방한 영상은 대부분 철 지난 반공 이념을 강조하는 것들이다. 가령 찰리 커크는 방한 첫날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브이로그 영상을 찍어 틱톡 계정에 올렸는데 “미국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 전체주의 국가가 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쯤 북한처럼 말도 못 하고, 세뇌만 당하는 나라가 됐을 것”이라는 발언을 담고 있다. 빌드업코리아는 해당 영상을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찰리 커크의 목소리가 한국 땅에서도 계속 울려 퍼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단체인 자유대학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숭례문광장 인근에서 연 미국 우익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 행사에 참여한 시민이 묵념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 단체인 ‘자유대학’의 박준영 대표도 11일 자신의 ‘스레드’ 계정에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주 빌드업 코리아에서 처음 찰리 커크를 마주했다. 그가 ‘한국이 공산주의에 먹히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도울 것’이라고 했는데, 이 말에 큰 위로와 희망을 얻었다”고 했다. 자유대학은 최근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공간을 인천 자유공원과 서울 숭례문 등에 차렸다. 이들이 서울 명동, 화양동, 대림동 등 중국 동포 밀집 지역에서 여는 ‘반중’ 집회에는 “내가 찰리 커크다” 같은 구호와 함께 찰리 커크의 사진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찰리 커크의 방한 당시 행적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극우 세력 사이에서도 널리 공유되고 있다. 찰리 커크와 함께 빌드업코리아 행사 당시 한국을 찾은 극우 인플루언서 랍 맥코이 목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뉴버리파크에서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예배를 열고 “한국에서 그와 함께할 수 있었던 그 순간이 너무나 감사하다. 그의 죽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영적 싸움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찰리 커크의 죽음을 계기로 한미 양국의 극우 세력이 연대를 강화하는 양상에 우려를 표한다. 서명삼 서강대 교수(종교학과)는 “사망 직전 한국을 찾은 찰리 커크의 모습이 마치 ‘순교자의 마지막 모습’처럼 포장돼 끊임없이 회자된다면, 트럼프 재집권 뒤 한국을 거점 삼아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미국 마가 세력의 시도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도 “미국 마가 세력과 조용히 연대 관계를 쌓아 오던 국내 극우 세력이 최근 들어 그 관계를 드러내놓고 장사하듯 하는 양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국내 극우 세력이 자가발전을 한다기보다 미국 마가의 글로벌화 전략에 따른 필요에 의해 동원되는 상황이기에 그 위험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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