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7대 불가사의’ 마추픽추, 자격 박탈 위기… 美, 시위 격화에 여행 주의보 발령

유진우 기자 2025. 9. 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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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사업권 갈등, 관광 마비 사태로 번져
‘뉴세븐원더스’ 재단, 관리 부실 공식 경고
마추픽추 방문객 급감 우려

페루를 넘어 전 세계를 대표하는 인류 유적 가운데 하나인 옛 잉카 제국 도시 마추픽추로 향하는 유일한 철길이 과격 시위로 막히면서, 페루 정부의 핵심 문화유산 관리 능력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추픽추가 속한 ‘신(新)7대 불가사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18일(현지시각) 페루 현지 매체 엘 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지난 페루 안데스 산맥에 자리한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에서 버스 사업권을 둘러싼 지역 주민 시위가 격해지면서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 900여명이 2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 발이 묶였다.

2019년 4월 5일 드론으로 촬영한 페루 쿠스코 지역 마추픽추 유적 전경. /연합뉴스

페루 국영 철도 페루레일(PeruRail) 공지에 따르면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14일부터 유적지 인근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마을과 외부를 잇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철로 선로를 봉쇄하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통나무와 다양한 크기 돌멩이를 쌓고, 일부는 선로 일부를 파내 안정성을 훼손했다. 결국 페루레일은 15일 이 노선 운행 중단을 선언했다.

이 노선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관광객이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유일한 통로다. 며칠씩 걸어서 산을 오르는 ‘잉카 트레일’ 도보 여행객을 제외하면, 관광객 대부분은 인근 중심도시 쿠스코에서 기차를 타고 관문 도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 도착한다. 그리고 여기서 버스로 갈아 타고 마추픽추로 올라간다. 이 철길이 막히면 사실상 마추픽추로 가는 길이 완전히 끊긴다. 시위대도 이 점을 노리고, 철로를 봉쇄하는 사상 초유의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2025년 9월 16일 페루 마추픽추 인근 철도 선로에서 경찰관들이 시위대를 막기 위해 경비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페루 관광부에 따르면 17일까지 마추픽추 관람객 1400여명이 긴급 대피했지만, 900명 가량은 여전히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 고립됐다. 고립된 관광객 중에는 프랑스, 일본, 미국, 브라질, 독일, 포르투갈 등 다양한 국적 여행객이 포함됐다. 일부 관광객은 다른 교통수단을 찾기 위해 몇 시간씩 걸어야 한다는 안내를 받기도 했다. 관광객이 대피하는 와중에도 인근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여러 명이 다쳤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경찰 측 부상자만 총 14명이 나올 정도로 과격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페루 당국은 18일 시위대와 협상해 72시간 동안 시위를 중단하고 철로를 복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관광객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 시위는 마추픽추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버스 운송 사업권 계약 문제가 발단이 됐다. 관문 도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 버스를 타고 유적지로 올라가는 이 노선은 콘세투르(Consettur)라는 회사가 30년 동안 독점 운영했다. 이 황금알을 낳는 노선은 지난 9월 4일 마침내 계약이 만료됐다. 그러나 새 계약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는 배제됐다. 마추픽추를 공유하는 이웃 행정구역이 일방적으로 새 사업자를 지정하자,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주민들은 “사업자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며 “지역 주민 의견이 완전히 소외됐다”며 시위에 나섰다.

2025년 9월 16일 페루 마추픽추 기차역에서 경찰관들이 관광객 그룹 옆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태가 악화하자 ‘신 7대 불가사의’를 선정하는 스위스 민간 재단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는 페루 정부에 경고 성명을 냈다. 이 재단은 “계획 없는 과잉 관광, 높은 물가, 불규칙한 입장권 판매, 사회 갈등 등이 마추픽추 방문객 경험을 악화시키고 페루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재단은 캐나다 영화 제작자이자 탐험가인 베르나르트 베버가 2000년에 설립한 민간 단체다. 베버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 선정된 ‘세계 7대 불가사의’ 대부분이 소실된 점에 착안해, 현대판 불가사의를 다시 뽑자는 취지로 이 재단을 만들었다. 유네스코(UNESCO)처럼 정부 간 협약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구는 아니지만, 대중적 기호를 바탕으로 막강한 미디어 영향력을 행사한다.

재단은 2007년에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인터넷과 전화 투표를 진행해 1억 건이 넘는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신 세계 7대 불가사의’를 선정했다. 당시 각국 정부·지자체·기업이 대규모 홍보전을 벌일 만큼 대중 인지도·마케팅 파급력이 상당했다.

스위스 민간 재단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가 2007년 선정한 ‘신 7대 불가사의’. /뉴세븐원더스

이 때 마추픽추는 중국 만리장성, 로마 콜로세움, 인도 타지마할, 요르단 페트라, 멕시코 치첸이트사, 브라질 거대 예수상과 함께 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요르단 페트라, 멕시코 치첸이트사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관광 자원은 대중 인지도가 급증하면서 선정 후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누렸다. 페루 국립문화연구소도 “2007년 선정 직후 2008년 마추픽추 일일 방문객 수가 7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세븐원더스는 이번 사태가 ‘신 7대 불가사의’ 신뢰도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장폴 드 라 푸엔테 뉴세븐원더스 국장은 CNN에 “최근 몇 년간 마추픽추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서비스 가격 상승, 역사 유산 훼손 위험, 입장권 판매 관련 부정행위 신고, 교통 문제, 관리 및 보존 정책 한계 같은 여러 문제가 심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해 관계자들이 이번 사태를 마추픽추를 바로잡을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20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 시위대가 의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국 정부도 페루 여행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였다. 주페루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시위 장소와 대규모 집회를 피하라고 권고하는 안전 경보를 발령했다. 대사관은 “마추픽추를 방문하려는 여행객은 교통, 현장 접근, 기타 서비스가 사전 통지 없이 제한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며 “음식, 물, 의료용품 등 전 일정에 필요한 물품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사태는 특히 관광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쿠스코 지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쿠스코와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를 아우르는 이 지역 관광 경제는 아직 팬데믹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페루경제연구소(IPE)에 따르면 관광 산업이 붕괴했던 2019년부터 2023년 5년 동안 마추픽추를 찾은 총 방문객 수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약 500만명이 줄었다. 이 기간 쿠스코 지역에서는 관광 관련 일자리 3만 3000개가 사라졌다. 전체 관광 산업 종사자 3명 가운데 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지난해부터 다시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곳곳에서 이권 다툼과 관광 인프라 수용 능력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쿠스코 대외무역관광청은 이번 시위로 인해 이미 전체 여행 패키지 15%가 취소됐고, 연말까지 4개월 동안 손실액이 8000만달러(약 11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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