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처럼...비만 청소년에 위고비·마운자로 필수 접종할까?
이를 바탕으로 비만치료에 체중감량 약물 사용 권장
체중관리 위한 생활양식·행동변화 상담 제공도 요구
‘호사가 몸매관리약’에서 ‘필수공공약품’으로 신분 상승
유니세프, 아동청소년 비만 부각...저체중 문제 넘어서

2025년 9월은 전 세계 보건의료 분야에서 비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전환되는 시기로 기록될 것 같다. 글로벌 보건의료 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와 건강을 포함한 아동·청소년 문제 기구인 유엔아동기금(UNICEF)이 잇달아 비만 대응과 관련한 새로운 지침과 데이터를 들고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WHO, 비만과 체중감량 약물 인식 근본적으로 바꾼다
우선 WHO는 9월 1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성인 비만 치료에 체중감량 약물 사용을 권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HO는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에 비만을 '심각한 만성 질환'으로 인정하도록 촉구하는 대응 관련 지침 초안도 발표했다. 이 기구는 이 지침을 세계 각국과의 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하기 위해 초안을 9월 27일까지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WHO 전문가 위원회는 체질량지수(BMI)가 30이 넘는 비만환자의 장기 치료에는 이들 체중감량 약물이 해결책의 일부이며, 이와 함께 생활양식과 행동변화에 대한 상담도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가 말한 체중감량 약물은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출시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위고비·오젬픽, 일라이 릴리가 내놓은 터제파타이드 성분의 젭바운드·마운자로를 가리킨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이며, 터제파타이드는 GLP-1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에 모두 작용하는 이중 수용체 작용제다.
고소득‧저소득 국가 할 것 없이 비만 도도하게 발생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 체중감량약물. 세계보건기구(WHO) 및 세계아동기금(UNICEF)의 권고와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앞으로 성인은 물론 아동‧청소년 비만 해결을 위해 이 약물을 공급하는 시대가 조만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AP=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9/KorMedi/20250919140845052iuwj.jpg)
WHO는 국제사회와의 협의를 위해 제출한 비만 대응 지침 초안에서 비만의 의미와 대응 방식과 관련해 기존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한 혁신적 시각을 보이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우선 비만을 생활습관의 문제로 보는 것은 낡은 시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비만은 현재 고소득·저소득 국가 할 것 없이 전 세계 곳곳에서 도도하게 발생해 10억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고 예방 가능한 사망을 수백만 건 이상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만을 '만성적이고 진행성이며 재발하는 질병'이라고 명시했다. 비만을 인간의 잘못된 습관으로 나타나는 개인문제가 아니라, 질병이라고 못 막으면서 앞으로 생활습관 개선 수준을 넘어 보건의료 차원에서 약물을 비롯한 다양한 치료법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대상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비만 소아·청소년 공급 별도 지침도 개발
WHO는 체중감량 약물을 비만 치료에 사용하라고 권장에 나선 것은 비만에 대한 이러한 혁신적인 인식 변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글로벌 기관 중 체중감량 약물을 사용하라고 권장키로 한 것은 WHO가 처음이다. WHO는 이들 체중감량 약물이 세계적인 표준 치료로 개발되는 중요한 단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권고를 바탕으로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에 대한 별도 지침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중감량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폭넓게 확인되면서 이를 성인은 물론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청소년 비만에 대한 해결책으로도 활용하자는 이야기다. WHO의 권고를 바탕으로 앞으로 전 세계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체중감량 약물의 적극적인 처방이 확대될 전망이다.
유네세프 "비만율이 저체중률 추월" 발표

앞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은 9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 세계 약 190개국의 5~19세 아동·청소년 보건 데이터를 분석해 '비만율'이 '저체중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13%였던 아동·청소년의 저체중률은 25년이 지난 올해 9.2%로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비만율은 3%에서 9.4%로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비만율이 저체중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의 비만 아동·청소년은 1억8800만 명에 이르러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그동안 전 세계에 걸쳐 기아와 저체중 아동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펼친 결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비만율 증가라는 새로운 보건 과제가 눈앞에 등장한 셈이다. 유니세프는 결국 비만치료에 체중감량 약물 사용을 권장하기로 한 WHO의 방침에 맞춰 이를 보건 차원에서 아동·청소년에 나눠주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체중감량 약물은 결국 전 세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백신처럼 당연히 공급해야 할 필수의약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체중감량 약물, 공중보건 필수의약품으로
이들 체중감량 약물은 출시 이후 전 세계적인 관심 속에 뜨거운 인기를 끌어왔다. 이들 약물 제조회사는 주식시장에서 핵심 관심 종목이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사들끼리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보인 것도 화제였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음에도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더욱 탄탄하게 확보하고 사용 용량 증대 등을 통한 매출과 이익 확대를 모색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체중감량 약물이 아직까지는 '여유 있고 외모 등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체형·체중·과체중·비만 관리를 위해 선택하는 고비용 비필수 의약품' 정도로 인식돼 왔다는 사실이다. 대단한 효능에도 각국 보건당국이나 건강보험사 등에서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WHO가 비만을 '만성 질환'으로 인정하는 지침이 최종적으로 확정될 경우 체중감량 약물은 글로벌 보건문제인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공공보건의료의 필수의약품의 지위에 올라설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체중감량 약물 공급 능력과 가격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한 특허권에 대한 모종의 타협 요구나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가격 탄력성 요구가 국제사회에서 나올 수 있다.
참고로, 한국도 아동·청소년의 과체중 비율이 2000년 19.7%에서 2022년 33.9%로 늘었다. 비만율도 5.8%에서 14%로 크게 증가했다. 이제 한국 사회도 아동·청소년에게 체중감량 약물을 공급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채인택 의학 저널리스트 (tzschaei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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