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흉통 20분 넘게 계속되면 바로 병원 가야

김태열 2025. 9. 1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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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증 환자, 4년만에 17% 증가
환절기 발생 위험↑…가을·겨울 급증
“겉으론 증상 없다가도 갑자기 악화”
“만성질환 관리·심장 정기검진 권장”
심근경색증은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면서 심장 근육 일부가 괴사하는 질환이다. 극심한 가슴통증이 20~30분간 계속되면 의심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며, 일교차도 커지는 등계절이 점차 가을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환절기에는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면서 심혈관계에 큰 부담이 가해져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심근경색증 환자는 가을부터 늘기 시작해 겨울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혈관, 정상 대비 70% 좁아져도 무증상

심근경색증은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막히면서 심장 근육 일부가 괴사하는 질환이다. 협심증처럼 혈관이 점차 좁아져 흉통을 유발하는 경우와 다르게, 심근경색증은 혈류가 급격히 차단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심근경색증 환자는 2020년 12만2231명에서 2024년 14만3310명으로 4년 만에 약 17% 증가했다. 환자 수의 증가는 고령 인구 확대,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같은 만성질환의 확산,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변재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혈관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2위,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로 알려질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라며 “겉으로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악화해 급성 심장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장의 급사를 부르는 원인인 관상동맥은 심장이 지속적으로 박동을 할 수 있도록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직경 3㎜ 내외의 혈관이다. 이 관상동맥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이면서 죽상동맥경화가 진행되어 동맥의 내강(안쪽 공간)이 좁아지게 되는 것을 관상동맥질환이라고 한다.

죽상동맥경화의 위험인자로는 ▷연령(남자 45세 이상·여자 55세 이상) ▷가족력(젊은 나이에 관상동맥질환에 걸린 사람이 있는 경우) ▷흡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40㎎/㎗ 미만인 경우 등이다. 아직까지 동맥경화 여부에 대한 정기적 검사에 대한 진료지침은 없는 상태이나 동맥경화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조기발견을 위해 주기적 검진을 권유하고 있다.

관상동맥질환의 증상은 없는 경우부터 협심증, 불안정성 협심증, 심근경색, 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상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혈관 내강이 정상 대비 50~70% 좁아지더라도 증상이 없기 때문에 증상이 생겼다는 것은 동맥협착이 이미 많이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관상동맥의 협착으로 발생하는 가슴통증을 협심증이라 하며, 활동 시 발생하는 가슴뼈 아래쪽의 쥐어짜는 듯, 짓누르는 듯 하는 압박감이 특징적이며 왼쪽 어깨로 방사통이 같이 있을 수 있다. 관상동맥 내에 있던 죽상반이 갑자기 파열되면 혈관 내강에 혈전(응고된 피덩어리)이 생기게 되고,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아 완전히 막아버려 혈류가 차단되는 것이 급성심근경색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극심한 가슴 통증이다. 가슴이 조여오거나 답답한 증상이 10분 이상 지속되고 호흡곤란, 명치 통증, 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목이 졸리는 듯한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발생하면 발병 후 2시간 이내에 치료받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김병규 인제대 상계백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20~30분 이상 지속되는 극심한 흉통이 있을 때는 급성심근경색의 가능성이 있으니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한다”며 “심한 경우는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러움·구토·의식저하·심장마비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골든타임’, 증상 나타난 후 2시간 이내

심근경색증 치료의 원칙은 근육의 손상을 줄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관상동맥 중재시술(PCI)’이다.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대퇴동맥이나 손목 동맥을 통해 심장 혈관까지 삽입한 뒤, 풍선(벌룬)을 이용해 좁아진 혈관을 확장시키고 스텐트(금속 그물망)를 넣어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한다.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시술이 어렵거나 혈관이 여러 군데 막힌 경우에는 관상동맥우회술(CABG) 같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 본인의 다리 정맥이나 동맥을 이용해 막힌 부위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중증 환자에서 효과적이다. 응급상황에서는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정맥주사하는 혈전용해술이 시행되기도 하지만, 이는 시술이 불가능할 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변 교수는 “심근경색증은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후를 결정한다. 증상 발생 후 2시간 이내에 혈관을 재개통하는 ‘골든타임’을 지켜야 심장 기능을 살릴 수 있다”며 “환자 스스로 참거나 지체하지 말고 증상이 시작되면 즉시 119를 통해 전문 의료기관으로 이송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근경색증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가 필수다. 기름지고 짠 음식 위주의 식단은 혈관 건강을 해치므로 채소, 과일, 생선, 콩류 등을 고르게 섭취하는 균형 잡힌 식단이 필요하다.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같은 기저질환은 정기검진과 약물치료로 관리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하고, 중년 이후에는 정기적인 심장검진을 통해 혈관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

김 교수는 “시술이나 수술을 했다고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고 병의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 혈압·혈당 관리, 금연,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 개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이를 위한 생활습관 관리, 약물치료(지질강하제) 등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 교수는 “심근경색증은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질환이지만, 꾸준한 생활습관 관리와 정기검진을 통해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조기 증상을 인지하고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김태열 건강의학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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