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없는 볶음밥 팔아야죠”…에그플레이션이 울리는 밥상 민심
"볶음밥에서 계란을 빼던가 해야죠."
중식당에선 계란 없는 볶음밥을 내놓을 판이다. 곁들임 계란말이는 메인 식사 메뉴 값이 됐고, 계란 반찬 추가는 이제 민폐다.
치솟는 계란값에 곳곳에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에그플레이션(에그+인플레이션)이 촉발한 외식물가 상승에 파는 쪽도 사먹는 쪽도 편치 않다.
21일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계란 소매가격(특란 10개 기준)은 올해 8월 기준 4102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 평년(최근 5년간 최고·최저가를 제외한 평균 가격) 동월 대비 46.9%나 올랐다. 코로나 확산기가 포함된 2020년부터 2024년은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시기로 보고, 평년을 2015~2019년으로 설정해 도출한 데이터다.
또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계란 1판(특란 30구 기준)의 전국 소비자가격은 전년(6081원)보다 8.11% 오른 6574원이다.
임상민 한국물가협회 생활물가팀장은 "올해 계란값이 오른 것은 폭염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산란계 고령화와로 공급부족이 지속된 영향으로 분석된다"며 "추석 성수기 수요까지 겹치며 계란값 강세가 꽤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전국 평균 28만4010원(전통시장 기준)으로 전년 대비 1.1% 하락하며 2년 만에 하락할 것이라는 한국물가협회의 전망(매년 추석 3주전, 차례상 비용 흐름을 소비자물가지수(CPI)·농수축산물 지수와 비교 분석)에서도 계란값만은 예외다. 공급 감소·원가 상승으로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물가협회 측은 "폭염에 따른 산란계 폐사와 생산량 감소, 다른 축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계란 가격이 전년 추석 3주 전보다 12.6%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계란 값 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닭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계란값으로 불똥이 튄 것이다.
계란 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관측센터는 9월 산란계 사육 마릿수가 7929만마리로 전년 대비 1.6%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고, 실제 달걀을 생산할 수 있는 6개월령 이상 사육 마릿수도 5741만마리로 전년 대비 0.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9월 하루 평균 계란 생산량은 4900만개로 전년(4953만개)보다 1.1%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달걀 생산 비용이 높아졌지만 생산성이 저하된 것도 계란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살충제 성분 검출 사태를 계기로 지난 2018년 축산법 시행령을 고쳐 기존 사육농가에 산란계의 마리당 사육 면적을 기존 0.05㎡에서 0.075㎡로 50% 늘리라 요구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사료값 인상 등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산란계 사육면적 규제 강화로 계란 생산성이 이전보다 줄었다"며 "조류인플루엔자 영향도 아직 지속되고 있어 계란 공급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란값 상승에 서민들의 외식물가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계란 함유 여부에 따라 음식 가격이 출렁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한 식당은 계란을 넣은 칼국수와 계란을 뺀 칼국수를 1000원 차이를 두고 팔기도 한다. 이곳에 다녀온 한 시민은 "같은 메뉴에 1000원 차이가 있어 물어보니 계란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의 차이였다"고 말했다.
고육지책으로 볶음밥에 올리는 계란을 뺄까 고민하는 중식당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계란값이 올랐다고 계란이 들어간 음식 가격을 바로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예전에 계란값이 올랐을 때, 볶음밥에 올리는 계란프라이를 뺀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계란 가격이 계속 오르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계란을 빼기 힘든 김밥집 고민도 크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김밥집 사장은 "계란값 때문에 계란을 빼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계란 빠진 김밥을 누가 찾겠냐"며 "버텨보다가 안 되면 김밥값을 올릴까 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외식물가에서 김밥(3623원), 비빔밥(1만1538원) 등 계란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품목의 가격은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새 정부의 식품물가 단속으로 가까스로 안정을 찾은 빵·케이크 가격도 고삐가 풀리는 건 시간 문제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김수연·박순원 기자 newsnews@dt.co.kr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1/dt/20250921192826792egif.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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