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생에너지 발전하랬더니…‘돈’으로 때운 발전 5개사

오동욱 기자 2025. 9. 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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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온실가스 배출량 ‘25%’ 차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할당량
대부분 민간 발전사서 REC 구매
허종식 의원 “해상풍력 등 투자를”
한 시민이 지난해 1월22일 인천시에 있는 한국서부발전 서인천발전본부의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바라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국내 발전 공기업 5개사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할당량’(RPS)을 자체 발전보다 ‘돈’으로 메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전 5개사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받는 기업들 총 배출량의 25%를 차지한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종식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 등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5개사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1억3916만 이산화탄소상당량톤(tCO2eq·이하 t)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온실가스할당대상업체·목표관리업체1167곳의 배출량은 5억6652t이었는데, 발전 5개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이다. 할당대상업체와 목표관리업체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국가로부터 관리를 받는 기업을 말한다.

발전 5개사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은 중부발전으로 지난해에만 총 3116만6623t을 배출했다. 남동발전(3071만313t), 서부발전(2696만3939t), 동서발전(2597만7192t), 남부발전(2434만6135t)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RPS를 대부분 외부 조달로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RPS는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할당량을 정해준 제도다.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발전하는 ‘자체 조달’ 방식으로 충당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민간발전사의 REC를 구매하는 ‘외부 조달’ 방식으로도 채울 수 있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하면 발급받는 인증서를 의미한다. 에너지 전환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그게 아니면 민간에서 구매하라는 취지에서 제도가 시행됐다.

발전 5개사의 선택은 후자였다. 발전 5개사의 평균 REC 구매량은 2020년 약 40억6929만REC에서 지난해 82억2318만REC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5년간 REC 구매 총액은 8조1753억원으로, 2020년 1조3542억원에서 지난해 1조8509억원으로 36.7% 늘었다. 지난해 RPS 이행 실적 중 REC 구매 비율은 동서발전(97%), 중부발전(90%), 남동발전(80%), 남부발전(66%), 서부발전(63%) 순으로 많았다.

반면 발전 5개사의 신재생에너지 자체 조달 평균 비율은 2022년 20%, 2023년 17%, 2024년 21%로 제자리걸음했다. 특히 동서발전은 지난해 RPS자체 조달비중이 가장 낮았다. RPS 이행량의 3%만이 자체 조달이었다. 중부발전이 10%, 남동발전 20%, 남부발전 34%, 서부발전이 37%로 뒤를 이었다.

환경단체 플랜1.5의 최창민 정책활동가는 “발전사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만드는 게 RPS 제도의 본 취지이고, (REC 구매는) 정 안 되면 시장에서 사서 메우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전사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거의 안 하고 시장에서 사니 REC 가격이 높아지고, 이에 재생에너지 발전사들이 가격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전 5개사의 재생에너지 발전 역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석연료 기반의 덴마크 발전공기업인 오스테드가 세계 풍력발전 시장을 주도한 것은 시장이 형성될 무렵부터 풍력발전에 뛰어든 ‘경험’ 때문인데, 한국은 과도한 REC 구매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한국은 풍력발전을 오스테드와 비슷한 시기(2011년)에 했고 심지어 발전소·터빈 기술은 더 빨랐다”며 “자체 발전 없이 사서 쓰는 방식이 계속되면 재생에너지 역량이 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REC에 의존해 RPS 의무를 충당하는 방식은 쉽고 빠른 길만 택하는 안일한 대응에 불과하다”며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공언한 만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과감히 투자해 책임 있는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REC 구매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기여한다”면서도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기존 화력발전소를 암모니아, 수소 등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RPS의무이행량 중 외부조달 상당 부분은 우리가 지분투자한 SPC(특수목적법인) 등 자회사에서 구매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는 같은 회사인데 제도상으로만 (외부 조달로) 분류가 된 것뿐”이라고 전해왔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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