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신기술] 사료피 신품종 ‘다온’ | 월간축산
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9월호 기사입니다.
“보통 겨울에는 30㏊, 여름에는 4㏊의 농지를 확보해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와 수단그라스를 각각 재배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하계 사료작물의 경우 수확 시기에 비가 자주 와서 애로가 많았어요. 그러다 올해 처음으로 사료피 재배에 도전하게 됐죠.”

황 대표에 의하면 수단그라스는 보통 8월 중순쯤 수확이 가능한데 창녕 지역의 경우 이 시기에 비가 자주 내려 수확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경남 진주에서 열린 사료피 연시회에 참석해 직접 사료피 생육 상태를 확인한 뒤 국립축산과학원에 연락해 실증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영화농장>에서는 실증시험 면적(4㏊) 가운데 절반 정도를 지난 7월 28일 수확하고, 4~5일 포장에서 자연건조를 한 후 건초를 만들었다. 그렇게 생산한 원형곤포가 1㏊당 28롤에 달한다. 게다가 수확 후 그대로 놔두면 9월 말에서 10월 초에 또 한 번 수확이 가능해 추가로 수확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보통 수단그라스는 463~496㎡(140~150평)당 1롤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료피는 397㎡(120평)당 1롤 정도를 생산할 수 있어요. 생산량이 수단그라스보다 훨씬 많은 셈이죠.”

게다가 하계 사료작물을 가축에게 급여할 때 주의해야 하는 질산 중독에 안전하며 방목을 할 때도 청산중독의 위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온·습해에 강하고 침수에 잘 견디는 것도 장점이다. 이상기후 등으로 사료작물 재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사료피는 날씨의 영향을 그나마 덜 받고 생육 기간도 옥수수나 수단그라스보다 짧다.
“어제 지역에 비가 170㎜나 내렸어요. 그래서 당초 예정돼 있던 수확 연시회를 할 수 없게 됐죠. 다른 사료작물이었다면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고 24시간 내에 배수가 안 되면 피해가 컸을 텐데 사료피니까 버틸 수 있는 겁니다.”
사료피는 여름철 고온다습한 논에서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하계 사료작물이다. 특히 장마철에도 잘 견디는 내습성을 지녀 논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수확은 생육 중기인 초장 120㎝ 이상부터 가능하다. 줄기가 가늘기 때문에 포장에서 2~3일 말리면 헤일리지를, 4~5일 말리면 건초로도 만들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또 IRG 등 동계 사료작물에 쓰는 수확 기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기계 활용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이 중 <다온>은 수확량이 많은 다수성 품종으로, 자주색 이삭이 특징이며 1㏊당 건물수량은 16.9t에 달한다. 축산과학원 최보람 연구사는 “올여름 창녕 지역에서 실증 재배를 한 결과 집중호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 속에서도 정상 생육을 유지하며 논 하계 사료작물로서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사료피는 보통 동계 사료작물 수확 후 5월 말에서 6월 상순에 파종한다. 늦게 파종할수록 생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파종 적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파종량은 줄뿌림의 경우 1㏊당 10~15㎏, 흩어뿌림은 20~25㎏이 적당하다. 줄뿌림할 경우 파종 간격도 중요하다. 보통 조파기로 파종을 하면 줄 간격이 12㎝ 정도로 맞춰져 있다.

문제는 사료피의 경우 IRG와 달리 초장도 길고 분얼도 많이 해 줄 간격이 너무 조밀할 경우 파종량이 많아져 도복이 발생하기 십상이란 점이다. 따라서 조파기 구멍을 막아 줄 간격을 25~35㎝로 넓혀줘야 한다는 게 최 연구사의 얘기다.
시비량은 1㏊당 질소 100㎏(밑거름 40㎏, 웃거름 60㎏), 인산 120㎏, 칼리 120㎏을, 퇴비는 10t을 뿌려주면 된다. 복합비료를 사용할 경우 밑거름으로 21포대, 초장이 무릎 정도 높이로 자랐을 때 웃거름으로 14포대를 준다. 이 밖에도 사료피 재배 중 잎이 노랗게 뜨거나 녹색도가 떨어진다 싶을 땐 질소를 추가로 주면 된다.
“사료피는 생육 단계별로 사료 가치가 크게 다릅니다. 초장이 100㎝ 정도 됐을 때는 조단백질 함량이 12% 정도 돼서 사료 가치가 높아요. 하지만 출수기가 지나면 조단백질 함량이 9% 이하로 낮아져 사료 가치가 떨어지죠. 출수기까지 놔두면 도복될 가능성도 높고 사료 가치도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출수 전 초장이 150㎝ 정도 됐을 때 1차 수확한 다음 출수기에 다시 한 번 수확하는 것이 좋습니다.”
축산과학원 실험 결과에 의하면 사료피는 키가 자랄수록 수확량은 증가하지만 조단백질 함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섬유소 함량은 높아지는 등 영양 가치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키가 빠르게 자라는 시기(절간신장기, 초장 70㎝)에 사료피를 수확하면 조단백질 함량이 21.1%로 높았다. 반면 이삭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출수기, 초장 160㎝)에는 9.7%, 종자가 덜 익은 시기(유숙기)에는 6.9%까지 감소했다.

또한 섬유소 함량은 29.7%에서 36.5%로 높아져 소화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고품질 풀사료를 원한다면 출수기 이전에 수확해 4~5일간 건조한 뒤 건초나 저수분 담근먹이(헤일리지)로 만드는 것이 좋다. 고수량을 원한다면 출수기 이후 수확하되, 2~3일간 노지 건조 후 유산균을 첨가해 수분함량 40~50%에서 헤일리지로 제조하면 발효 품질과 저장성이 향상된다.
최 연구사는 “사료 가치 분석 결과에 의하면 사료피는 다른 하계 사료작물에 비해 사료 가치가 절대 떨어지지 않고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하계 사료작물별 조단백질과 가소화영양소총량을 보면 각각 총체벼(호숙기) 9.3%·52.9%, 옥수수(황숙기) 9.5%·63.7%, 수단그라스(출수기) 7.2%·55.6%, 사료피(출수기) 9.7%·61.7%로 조단백질 함량은 사료피가 가장 높았고 옥수수, 총체벼, 수단그라스 순이었다. 가소화영양소총량은 옥수수가 가장 높았고 사료피, 수단그라스, 총체벼 순이었다.
경남 진주에서 사료피를 재배 중인 <삼솔농장> 한기웅 대표에 의하면 옥수수의 경우 사료 가치는 높을지 몰라도 습에 약하고 수확 장비도 비싸 농가 입장에서 접근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농가에선 하계 사료작물로 수단그라스를 재배하는데 사료 가치나 기호성, 생산량 등이 모두 떨어져 아쉬운 점이 많았다.
사료피는 재배 과정이나 수확도 수월해 농가 입장에선 이만한 하계 사료작물이 없다는 게 한 대표의 얘기다. 다만 아직까지 종자 보급량이 많지 않아 종자비가 조금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 끝으로 한 대표는 “사료피는 파종 시 인접한 논에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드론 파종이나 흩어뿌림 대신 줄뿌림을 하는 것이 좋다”며 “사료피 파종에 적합한 파종기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장영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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