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모르는 아이들의 '숨은 죽음' [뉴스룸에서]

남상욱 2025. 9. 1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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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마치면, 기획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넘기면, 가진 에너지 전부를 소진한 기분이다.

엄마에게 혹은 아빠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은 아이들의 구체적 수치다.

해마다 20명 정도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부모 손에 죽임을 당했다는 얘기다.

'숨은 죽음' 12명의 아이들은 결국 나라에서도 모르는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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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
12명 아이들 통계도 놓쳐
대책 마련, 실태 파악부터
한국일보 '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을 기록하다' 보도에 첨부된 삽화. 신동준 기자

마감을 마치면, 기획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넘기면, 가진 에너지 전부를 소진한 기분이다. "수고했다"는 격려를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는 농담으로 받지만, 절반 이상은 진심이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월요일(15일)부터 5회에 걸쳐 '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을 기록하다'를 보도했다. 특별히 '무사히'란 말을 붙이고 싶은데, 그건 3달 넘는 준비 기간 포기하지 않았다는 나름의 위안이다. 타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살해, 자신의 생을 포기하는 자살. 게다가 타인 대부분은 미성년, 그중 다수는 1세 미만의 영아. 무엇보다 모든 걸 아우르는 가족. 그 하나하나가 전부 무거웠다.

보도는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된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11년 7개월 기간을 되짚은 탐사다. 엑설런스랩 기획유닛팀 소속 기자 3명이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에서 '자녀' '살해' '자살' 등 키워드를 입력해 150건 가까운 기사를 추출해냈다. 이후 사법정보공개포털, 법원도서관에서 찾아낸 판결문을 일일이 대조해 260건의 사건을 골라냈다.

그렇게 확인한 숫자가 381명이다. 엄마에게 혹은 아빠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은 아이들의 구체적 수치다. 이 중 249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해마다 20명 정도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부모 손에 죽임을 당했다는 얘기다. 작년도 다르지 않아, 44명이 죽을 뻔했고 그중 19명이 숨졌다. 그런데 2018년부터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로 사건 피해 아동수를 집계해 온 보건복지부는 7명 사망이라고 했다. '숨은 죽음' 12명의 아이들은 결국 나라에서도 모르는 죽음이다.

죽음엔, 죽임엔 서사가 있다. 서사엔 인물이 있고, 인물은 또한 사연을 갖는다.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몹쓸 범죄를 저지른 엄마, 실직의 고통을 이유로 가족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아빠, 무엇보다 부모 말만 믿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 아이들. 그리고 "힘들 때면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며 눈물로 하소연하던 최중증 발달장애 아이 엄마는 어른들 외면에 결국 아들과 세상을 떠났다. 이런 사연들이 빼곡한 기사 초고를 읽으면 숨이 턱턱 막혔다. 산달이 코앞인 후배 기자는 죽은 아이들이 불쑥 등장하는 꿈에 시달렸고, 독자들은 "고통스러워 차마 못 읽겠다"는 불평을 전했다.

더 움츠러든 건 '불완전한 숫자'라는 이유였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사건과 피해자는 늘어갔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381명과 249명의 숫자는 또 달라졌을 것이다. 나라의 통계는 믿을 수 없었고, 마감에 쫓기는 기자에겐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다. '숨은 죽음'이 분명 있는데, 정확한 숫자를 아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불완전한 기록'은 다른 언론사에서, 학계에서 곧 보정될 것이다. 다만 그 역시 완전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아동학대 범죄로 명시해야 한다, 영국이나 일본처럼 아동사망 검토제를 도입해야 한다. 복지 서비스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분명한 건 그 대안은 숫자를 제대로 세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어디서 몇 명이 왜 죽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온다. 고통스러웠던 마감은 끝났다. 슬픈 사연의 아이들에게 명복과 행복을 빈다.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목마르게 기다려본다.

남상욱 엑설런스랩장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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