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에 정말 실망…전쟁 끝낼 의무 느껴”
팔레스타인 인정 문제는 서로 이견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영국 총리 별장인 버킹엄셔 체커즈 코트에서 열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계를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문제가 가장 쉬울 줄 알았지만, 그는 나를 정말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아니지만, 이 전쟁을 끝내게 할 의무가 내게 있다고 느낀다”고도 했다. 스타머는 이에 “우크라이나 방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미국과 논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만 움직이는 푸틴에 대한 추가 압박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러시아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영공 침해 논란을 거론하며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서방의 결속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끌어올리겠다는 영국의 목표를 환영하며 “(유럽 안보를 위해) 영국 군과 더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스타머는 “영국·프랑스 주도의 ‘의지의 연합’을 바탕으로 바다와 하늘, 육상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자주 방위 능력을 끌어올리겠다”고도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문제를 두고는 양측의 온도차가 드러났다. 스타머는 “가자지구의 현 상황은 용납할 수 없으며, 인도 지원과 인질 석방을 포함한 평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했고,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문제는 “그 로드맵 안에서 다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그 부분(영국의 조만간 인정 추진)에선 총리와 의견이 다르다. 우리 사이에 몇 안 되는 이견 중 하나”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습격한) 10월 7일의 참상을 잊어선 안 된다. (하마스의 손에) 아기들이 산산조각 나 잘려 나갔다. 인질들은 ‘조금씩’이 아니라 ‘즉시’ 전원 석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불쑥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군이 지난 2021년 8월 철수하면서 탈레반의 손에 넘어간 곳이다. 그는 “기지를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그곳은 중국의 핵 관련 시설과 한 시간 거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 과정을 재차 비판하면서 “우리는 그 기지를 ‘힘과 존엄’ 속에 유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회견에서 중국 틱톡(TikTok)의 매각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금요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해 최종 타결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틱톡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플랫폼이고, 미국이 승인권을 갖고 있다. 우리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수수료 플러스 알파’ 성격의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틱톡은 나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매체”라며 개인적 경험도 언급했으며, “향후 미국 투자자들이 전적으로 소유하는 구조로 개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알고리즘 이전과 규제 조건 등 세부 사항은 미·중 협상에 달려 있어, 실제 매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의 무역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중국은 지금 미국에 막대한 관세를 내고 있으며, 우리는 그로 인해 사상 유례없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최근에도 그의 생일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이 여전히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중국과의 거래에서도 우리는 확실한 이익을 보고 있다. 이런 압박이 유지돼야 푸틴이 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무역·산업 협력도 ‘안보의 연장선’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영은 인류 역사상 어느 두 나라보다 많은 선을 이뤄왔다. 두 나라는 깨뜨릴 수 없는 유대를 가졌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실제로 서로를 좋아하는 지도자들”이라며 “특별한 동맹을 새로운 시대로 재정의했다. AI·양자 같은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더 자유롭고 풍요롭게 만들도록 하겠다. 전기요금 인하와 고임금 일자리로 매달 가계에 현금이 남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국내 정치·경제 현안과 맞물린 발언도 이어졌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 상황과 관련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올해 8개월 동안 17조 달러 규모 투자가 미국에 유입됐다. 관세가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해선 “최근 3개월간 불법 입국자가 ‘제로’였다”고 강조하며 영국에도 “군대를 동원하는 등 수단을 가리지 말고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너지 정책을 놓고는 화석 연료 증산을 강조했고, 스타머 총리는 “북해 석유·가스를 포함한 현실적 에너지 믹스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병행하겠다”고 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두 정상은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보잉·롤스로이스·BAE시스템스·GSK 등 양국 주요 기업 CEO가 참석한 비즈니스 리셉션에서 양국의 상호 투자와 포괄적 협력을 약속하는 ‘기술 번영 협정’에 서명했다. 스타머는 “이번 주 영국과 미국 사이로 양방향 총 2500억 파운드(약 470조원)가 흐르게 됐다”며 “영국 전역에서 1만5000개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기술 분야에선 MS가 영국 내 AI 인프라 등에 300억 달러(약 42조원)를 투입하고, 구글은 향후 2년간 AI 연구·인프라에 50억 파운드(약 9조4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번 방문으로 민간 부문 딜 3500억 달러가 촉발됐다”며 “영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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