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만 계룡에 전국 ‘밀덕’ 100만명 모였네

지난 17일 오전 충남 계룡시 군(軍)문화축제·지상군페스티벌 행사장. “뛰어!” 특전사 교관이 소리치자 전투복을 입은 강준혁(9·경기 용인)군이 11m 높이 탑에서 뛰어내렸다. 줄을 타고 내려오자 곳곳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강군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2박 3일 일정으로 축제장을 찾았다. 강군의 어머니 송지현(46)씨는 “준혁이가 나이는 어리지만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 꼬마 ‘밀덕(밀리터리 덕후·군사 애호가)’”이라며 “작년에는 전차와 헬기를 둘러봤고 올해는 군 생활을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부터 계룡시에서 열리고 있는 이 행사에 전국의 밀덕들이 몰리고 있다. 국군의 주력 무기와 장비 등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축제다. 계룡시와 육군본부가 2007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지난해 관람객은 114만5000명으로 계룡시 인구(4만6000명)의 25배다. 계룡시는 강원 태백시(3만7000명)에 이어 전국에서 둘째로 인구가 적은 ‘초미니 도시’다. 올해 예산은 3465억원으로 경찰서도 없다. 대신 계룡시에는 육·해·공군 본부가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라면 ‘국방 수도’는 계룡” “계룡에 가면 길에 밟히는 게 별(장군)”이라는 말도 있다.
계룡시는 2003년 충남 논산시에서 떨어져 나왔다. 사람으로 치면 스물두 살이다. 이세영 건양대 군사학과 명예교수는 “미 국방부 펜타곤이 있는 알링턴이나 미 육군사관학교가 있는 웨스트포인트 등 군사 도시를 벤치마킹해 계룡시를 만들었다”고 했다.
보통 군사 도시는 개발이 막혀 발전이 더디다. 그러나 계룡시는 군과 함께 축제를 열면서 ‘군사 문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김광희 계룡문화관광재단 대외협력관은 “육·해·공군 본부를 품은 계룡시만이 할 수 있는 축제”라고 말했다.
밀덕들이 몰리는 건 평소 보기 어려운 국군의 주력 무기와 장비를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어서다. 아파치 헬기에 걸터앉아 기념사진을 찍은 김정찬(9·경기 평택)군은 “박물관에 가면 시시한 모형뿐인데 여기선 진짜 헬기와 탱크를 볼 수 있다”며 “탱크 엔진 소리가 이렇게나 큰지 여기 와서 알았다”고 했다. 추첨을 통해 선발된 4명은 20일 수리온 헬기 부조종석에 탑승해 실제로 비행을 체험한다.


계룡시 관계자는 “올해는 K방산이 주목받으며 관람객이 더 몰리고 있다”고 했다. 폴란드에 360대 수출한 K2 전차와 K9 자주포, 다연장 로켓 천무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한 미군은 자탄(子彈)이 비처럼 쏟아져 ‘강철비’라고 불리는 M270 MLRS 다연장 로켓과 패트리엇 미사일 등을 전시했다.
체험 프로그램도 많다. 축제장에서 유격 등 병영 훈련과 서바이벌 전투 등을 해볼 수 있다. 두계천에선 특전사 대원과 도하(渡河)용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젓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축제는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계룡시는 지난해 관람객 114만5000명이 다녀가면서 2851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계룡시 1년 예산의 82%에 달하는 규모다. 계룡시에 따르면, 관람객 중 49.8%는 충청 지역 밖에서 온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온 관람객이 35%에 달했다.

계룡시는 작년 3월 132억원을 들여 병영 체험관을 열었다. 1년 내내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전차와 잠수함, 전투기 등을 조종해 볼 수 있는 VR(가상현실) 체험장을 갖추고 있다. 유정훈(46·인천)씨는 “좌석이 움직여 진짜 전차를 모는 것 같다”며 “아들 따라왔다가 내가 더 즐거웠다”고 했다. 하성수 병영체험관 운영기획관은 “개장 후 17개월간 2만4000명이 다녀갔다”면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축제에는 계룡방위산업전시회(K-GDEX)가 처음 열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KAI, 현대로템 등 국내 방산 기업 56곳이 참여한다. 여기에 부스를 여는 이유는 주변에 국방 관련 기관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계룡과 가까운 대전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방위사업청, 논산에는 국방대가 있다. 이응우 계룡시장은 “앞으로 국방 기술 산업단지도 조성해 ‘K방산’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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