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못 참겠다, 뛰쳐나온 동남아 Z세대

원선우 기자 2025. 9. 1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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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이어 동티모르 대규모 시위
17일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동티모르 대학생들이 국회의원 평생 연금법 폐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학생들의 반발 시위가 확산되자 동티모르 의회는 의원 평생 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AFP 연합뉴스

기득권 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에 분노한 동남아·남아시아 Z세대(1990년~2010년대생)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빈국 동티모르에서 국회의원 특혜 차량 지급안에 반발하는 대학생 시위가 확산됐고, 필리핀에서도 대규모 반부패 시위가 예고됐다. 최근 몇 년 새 네팔·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스리랑카 등에서 반부패 시위가 확산되고 정권 붕괴가 잇따랐다. 10여 년 전 ‘아랍의 봄’을 연상케 하는 ‘아시아의 봄’(Asian Spring)인 셈이다.

동티모르 의회는 최근 국회의원 65명에게 예산 58억원을 들여 도요타 신차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수도 딜리에서 대학생 2000여 명이 모여 지난 15~16일 “도둑을 막자”는 시위가 열렸다. 대학생들은 의사당 앞에서 정부 차량에 불을 지르고 경찰관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 시위대는 “우린 하루 생계도 버겁다” “의원들은 특혜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했다. 경찰의 최루탄 진압 과정에서 4명이 부상했고, 여론이 나빠졌다. 동티모르 의회는 해당 예산안을 취소했다고 한다.

동티모르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491달러(약 206만원·지난 4월 기준)로 세계 158위다. 청년 실업률은 3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억대에 가까운 수입차를 세금을 들여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년층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래픽=정인성

필리핀에선 13조원 이상 예산이 투입된 홍수 방지 국책 사업 과정에서 최대 2조원이 비리로 증발했다는 의혹이 확산, 상원·하원 의장이 모두 물러났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사촌인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이 지난 17일 뇌물 수수 의혹으로 사임했고, 상원 의장 역시 부패에 연루돼 물러났다. 필리핀 시민들은 오는 21일 현 대통령의 부친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1965∼1986년 재임)을 몰아낸 1986년 ‘피플 파워’ 운동의 성지인 마닐라 리살 공원 등에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예고했다.

앞서 네팔에선 지난 8일부터 확산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70여 명이 숨지고 2000여 명이 다쳤다. 인도네시아에선 지난달 국회의원들이 매달 400만원 이상의 주택 수당을 받는 사실이 알려져 대규모 항의 시위가 발생, 10명이 숨졌다. 지난해 방글라데시에선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로 정부가 전복됐고, 2022년엔 스리랑카에서도 빈곤에 항의하는 시위로 대통령이 망명했다.

동남아·남아시아 전반의 Z세대 시위가 확산하는 이유는 해당 국가의 대다수 국민이 경제난과 실업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기득권층의 부패가 고질적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거의 전 인구에 보급되면서 Z세대 젊은이들은 자국의 부유한 상류층들이 누리는 호화스러운 삶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게 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소셜미디어가 자극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분노로 이어져 행동하게 되고, 역시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의견을 교환하며 광장의 세력으로 집결한다는 점도 10여 년 전 ‘아랍의 봄’과 유사하다.

젊음도 시위의 원동력이다. 지난해 유엔 통계를 보면 최근 시위가 확산하는 동남아·남아시아 국가들의 중위 연령은 대부분 20~30대로 한국(45.1세)보다 훨씬 젊다. 동티모르(21.3세), 네팔(25세), 필리핀·방글라데시(25.7세), 인도네시아(30.1세), 스리랑카(33.1세) 순이다. 6월 항쟁이 발생한 1987년 한국의 중위 연령(24.3세)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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