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가마소’와 ‘법수치’

이수영 2025. 9. 1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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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강릉인데도, 서울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마을이 있다.

마치 상상 속 세상처럼 신비롭고 아득하게 여겨지는 부연동은 '가마소'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강릉 사투리로는 '가매소'다.

신작로가 나면 행여 마을의 원형이 다칠지 걱정을 하면서도, 가마소와 법수치의 매력을 만나기 수월해질 것도 같은 모순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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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강릉인데도, 서울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마을이 있다.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는 부연동(釜淵洞)이다. 행정 구역상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에 속하지만, 길이 험하고 인적이 드물어 강릉 사람들도 말로만 전해 듣기가 예사다. 마치 상상 속 세상처럼 신비롭고 아득하게 여겨지는 부연동은 ‘가마소’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강릉 사투리로는 ‘가매소’다. 부연천 가운데 가마처럼 생긴 연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가마소 가는 길에서 마주하는 울창한 숲은, 원시의 기운을 내뿜는다. 낯설고 다양한 산 풍경이 나그네의 시선을 잡고, 늠름하게 솟은 금강송은 보는 이의 탄성을 부른다. 오랫동안 숨겨졌던 가마소도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지난 2005년 산림청에서 공모한 ‘산청종합개발사업’을 선정 받아 오두막형 산막을 신축해 운영하고 있다. 외진 산촌의 운치를 즐기기 위해 이동의 불편함을 감내하고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 부연동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도 59호선 공사가 본격화한다는 뉴스다. 이 도로는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를 잇는 20㎞ 구간이다. 그동안 차량 교행조차 어려운 산길인 데다, 절반 이상이 비포장이어서 ‘무늬만 국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는 2031년 개통을 목표로 총 14.82㎞의 폭 10m의 2차선 도로로 건설되며, 12개의 교량과 3개의 터널이 설치돼 시속 60㎞로 차량 주행이 가능해진다.

길은 부연동에서 양양군 현북면 법수치(法水峙)로 연결된다. 이곳 계곡물은 마치 불가의 법수(인간 세상의 번뇌를 씻어주는 말)처럼 맑게 솟아나와 남대천 줄기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화전민 가옥인 굴피집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곳이다. 기암절벽과 투명한 계곡수가 어우러져 사철 비경을 연출한다.

오지와 오지를 잇는 이 공사에 강릉과 양양 주민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신작로가 나면 행여 마을의 원형이 다칠지 걱정을 하면서도, 가마소와 법수치의 매력을 만나기 수월해질 것도 같은 모순된 마음이 든다. 이수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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