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로 관객과 공명하는 순간, 무대는 빛났다

주성희 기자 2025. 9. 1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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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노래하며 관객과 어우러져
“수준 높은 공연, 예술 감성 일깨워”
제16회 창원 삼색재즈콘서트가 18일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렸다. 올해 공연 주제는 '재즈라는 이름의 공명'으로  출연진 중 송하철이 최근 낸 3집 앨범 〈공명〉에서 착안했다. 연출과 진행을 맡은 김현준 재즈비평가는 실제로 음악적으로 벌어지는 역학, 체계로 공명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재즈라는 음악과 관객이 깊든, 깊지 않든 공명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제16회 창원 삼색재즈콘서트 무대에 선 안재진 쿼텟. 안재진(기타), 이영우(신시사이저), 송하연(드럼), 전창민(베이스). /김구연 기자

공연은 안재진 쿼텟의 'Children's Song(어린이들의 노래)'으로 첫 문을 열었다. 안재진 쿼텟은 지난해에 출사표와 같은 앨범 <통제불능>을 내서 자신만의 음악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첫 곡은 앨범의 다섯 번째 수록곡이었다. 밝고 유쾌하지만 빠르지 않아서 관객들에게 쉽게 수용됐다. 안재진 쿼텟은 전자음을 내는 신시사이저와 악기의 울림통으로 고유한 소리를 내는 콘트라베이스의 이색 조합이 성공적이었음을 들려줬다. 재즈 공연에서 연주자별 개인 연주 부분은 주요한 즐거움 중 하나다. 안재진 쿼텟은 그 즐거움을 크게 선사했다.

이후 안재진 쿼텟이 좋아하는 영국 록밴드 비틀스의 'I will'을 재해석해 들려줬다. 안재진은 생활하면서 있었던 일을 주로 음악에 담는다. 최근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 그 경험을 쓴 'Based on true story(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음악은 엉뚱하고 재기가 넘쳤다. 김 연출은 "안재진 기타 연주자 같은 음악가가 많아지는 것은 한국 재즈계 나아가 음악계 내에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16회 창원삼색재즈콘서트 무대에 선 도승은 보컬, 김은영 피아노 연주자. /김구연 기자

다음 연주자는 보컬 도승은과 김은영 피아노 연주자가 만든 듀오 팀이었다. 이번 공연만을 위해 특별히 결성했다. 김은영은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음악성을 펼쳐내는 음악가다. 이번 무대에서 도승은의 목소리와 결합해 익숙하진 않아도 호기심이 느껴지는 재즈를 관객에게 들려줬다.

특히 이번 공연을 앞두고 곡 '8월'을 작업했다. 김 연출은 이 곡을 낯설지만, 누군가는 그 안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선 'Fear, Piece of Light(두려움, 빛의 조각)'와 '8월', '불안' 세 곡을 아주 짧은 틈만 가진 채로 한 번에 흘러갔다. 김 연출은 하나의 드라마로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었고 또 숨죽이고 듣고 있을 관객의 집중력을 깨트리고 싶지 않아서 무대의 흐름에 맡겼다고 했다.

이어 도승은·김은영 듀오는 'Ballad of The Sad Young Men(슬픈 청년들을 위한 발라드)'의 새로운 버전을 들려주었다.
제16회 창원 삼색재즈콘서트에서 마지막 무대에 선 '송하철 쿼텟'. 송하철(색소폰), 임채선(피아노), 김태현(드럼), 송인섭(베이스). /김구연 기자

마지막 무대는 송하철 쿼텟이 책임졌다. 색소폰 연주자 송하철은 올해 4월 3집 앨범 〈Resonance(공명)〉을 발표했다. 송하철은 사물과 인물에 영감을 받아 곡을 썼다. 송하철은 "듣는 이에게 울림이 되길 바란다"면서 첫 곡으로 'S.M.S.W.'을 들려줬다. 위스키를 마시고 기분 좋았던 경험을 담아 쓴 곡이다. 싱글 몰트(single malt), 스카치 위스키(Scotch Whisky)에서 앞 글자를 따 제목을 지었다.

이후 이번 콘서트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Resonance(공명)'을 들려줬다. 송하철의 자유로운 색소폰 연주가 관객과 무대 사이의 공명을 다채롭게 해주었다. 피아노와 드럼 개인 연주 구간에서 활개를 치는 연주자들의 실력에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마구 내질렀다. 마무리는 송하철의 완벽한 색소폰 음색으로 지어졌다.

송하철 쿼텟이 마지막 곡 'Hopper Hopper'를 마치고 들어가자 관객들이 재청(앙코르)을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안재진 기타 연주자가 먼저 무대에 올랐다. 도승은 보컬이 마이크 앞에 서서 나훈아가 1990년에 발표한 '영영'을 시작하자 관객들이 환호했다. 송하철의 색소폰이 도승은의 노랫말을 읊조리듯 따라갔다. 이를 받쳐주는 송인섭의 콘트라베이스 음색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도승은 보컬이 다 같이 부르자고 신호를 보내자, 관객들은 후렴 "영원히 영원히 내가 사는 날까지"를 크게 따라 불렀다. 일부는 핸드폰 플래시를 밝혀 흔들었다. 열여섯 번째 창원 삼색재즈콘서트에서 이루어진 공명의 순간이었다.
18일 열린 창원삼색콘서트에서 출연진들이 재청에 응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18일 열린 창원 삼색재즈콘서트에서 관객들이 핸드폰 플래시를 밝혀 흔들고 있다. /김구연 기자

이날 관객들은 수준 높은 공연에 즐거움과 함께 감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해마다 창원삼색재즈콘서트를 찾는 임혜진(창원·35) 씨는 "신선했던 공연이고 평소에 듣지 못했던 장르였다"면서 "도승은·김은영 듀오의 노래 '불안'은 직관적으로 다가왔고, 한국어 가사라서 더 전달이 잘 됐다"라고 말했다. 또 송하철 쿼텟의 연주를 듣고 색소폰과 재즈의 조화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창원에 사는 60대 강상임 씨는 건강이 안 좋아 한동안 창원 삼색재즈콘서트를 찾지 못했다가 오랜만에 공연장에 와 설렘이 컸다. 강 씨는 "삼색재즈콘서트가 수준 높은 공연으로 음악적, 예술적 감정을 일깨워줬다"라면서 "싱잉, 보사노바, 발라드 등 다양한 분야를 즐길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의적인 재즈도 좋고, 친근감있고 같이 즐길 재즈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창원 삼색재즈콘서트는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했고 BNK경남은행, 무학좋은데이, 신성델타테크, 창원상공회의소, 농협중앙회 경남본부, LG전자, SNT다이내믹스, 두산에너빌리티, 범한산업, 경남스틸, 경남에너지㈜, 신화철강㈜, 하이트진로가 협찬했다.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