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한 대로…인기 토크쇼 ‘스톱’

정유진 기자 2025. 9. 1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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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BC방송의 심야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이 지난해 6월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린 원로배우 캐럴 버넷의 핸드프린팅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ABC 방영 ‘지미 키멀 라이브’
커크 죽음 관련 극우 비판 이후
디즈니, 프로그램 무기한 중단
트럼프 “방송사가 해야 할 일”
미국서 표현의 자유 억압 계속

미국 ABC방송의 인기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의 진행자 지미 키멀이 보수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 죽음에 대해 한 발언이 문제가 되자 ABC의 모회사 디즈니가 이 프로그램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위시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커크의 죽음을 앞세워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ABC방송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이 같은 사실을 공지하면서 “당장 오늘 밤 방송부터 중단된다”고 밝혔다.

키멀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마가 집단은 커크를 살해한 아이를 자신들과 무관한 사람으로 묘사하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키멀은 이전부터 자신의 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자주 풍자해왔다.

이에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이날 보수 팟캐스트에 출연해 “방송 허가를 받으려면 (방송 내용이) 공익에 부합해야 한다”면서 키멀의 발언을 문제 삼아 ABC에 대한 방송 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자 ABC 계열 방송사 32곳을 소유·운영하는 넥스타는 “키멀의 발언은 국가의 정치적 담론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 나온 모욕적인 발언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편성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디즈니는 방송 무기한 중단을 결정했다. 카 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넥스타가 옳은 일을 한 것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넥스타는 현재 대형 방송사 텐가 인수를 앞두고 있는데 여기에는 FCC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방송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가 전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ABC가 마침내 용기 있게 응당 해야 할 일을 해낸 것을 축하한다”고 반겼다.

<지미 키멀 라이브>는 ABC가 1980년대 이후 명맥이 끊겼던 심야 토크 라이브쇼를 부활하기 위해 야심 차게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2003년부터 22년 동안 이어져왔다. 키멀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커크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 바 있다. 그는 “분노 섞인 비난보다 단 하루만이라도 인간을 총으로 쏘는 행위가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생각해주길 바란다”며 “커크를 비롯한 모든 희생자와 그 가족에게 위로를 건넨다”고 썼다.

민주당 소속 애나 고메즈 FCC 위원은 프로그램 중단에 대해 엑스에서 “한 개인이 저지른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폭력 행위가 더 광범위한 검열과 통제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이용돼선 안 된다”며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의 권위를 이용해 합법적인 표현을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는 FCC가 방송사에 무엇을 방송할 수 있는지 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이번 결정은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기업들은 수정헌법 1조의 자유를 포기하려는 어떠한 노력에도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중단으로 “콜베어 다음은 키멀”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현실이 됐다. 지난 7월 CBS의 간판 심야 토크쇼인 <더 레이트 쇼> 폐지가 발표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토크쇼 진행자인) 스티븐 콜베어가 잘려서 좋다”면서 “다음은 키멀이라고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인터뷰를 조작했다’며 CBS를 상대로 200억달러(약 28조원) 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CBS는 1600만달러(약 222억원)를 지급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콜베어가 이를 “크고 두툼한 뇌물”이라며 꼬집은 지 사흘 만에 CBS는 <더 레이트 쇼> 폐지를 결정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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