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문학 아카이브 일부 사업, 지역 문인 외면 '없던 일로'
심사위원단, ‘우수작품 미선정’ 결정
울산문화관광재단, '선집'사업 취소
11월 북콘서트, 지역문학인 대거 초청
대규모 문학 교류 행사로 확대 추진

울산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이 울산 문학을 기록·보존하기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한 '2025 울산 문학 아카이브' 사업이 지역 문학인들의 외면 속에 결국 일부가 무산됐다.
재단은 우수작품 선정과 문학선집 발간 사업은 취소하고, 오는 11월 예정된 북콘서트를 지역 문학인 교류 중심의 대규모 행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재)울산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은 울산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3000만원을 들여 '2025 울산 문학 아카이브'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참여 작품 공모를 8월 4일부터 20일까지 진행했다.
이 사업은 지역의 우수 문학 콘텐츠를 발굴하고 문학적 성과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기록 사업으로 기획됐으며, 지역 작가와 시민 간 소통의 기회를 넓히고, 울산 고유의 문학 정체성을 축적하겠다는 데 목적을 뒀다.
공모 대상은 공고일 기준 2024~2025년 울산시 또는 재단의 지원을 받아 문학작품을 발간한 예술인으로 등단 또는 개인 문학집 발간 실적을 보유한 경우 지원할 수 있었다.
모집 분야는 시, 시조, 동시, 동화, 수필, 단편소설이며, 총 10편 내외의 우수작이 선정되면 『2025 울산 문학 아카이브 선집』으로 발간해 울산도서관과 지역 문화시설 등에 비치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11월 중에는 북콘서트가 열려 작가 소개와 작품 해설, 문학평론가와의 대담, 관객과의 질의응답, 지역 공연팀의 무대 등이 예정돼 있다.
이에 재단은 이 사업이 울산 고유의 문학적 흐름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한편, 지역 문학인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창작 기반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응모는 부진했다. 재단에 따르면 접수된 작품은 20점에도 못 미쳤으며, 장르 간 불균형도 심각해 동화 분야의 경우 단 한 작품만 제출됐다.
심사에는 구모룡 작가·안순태 교수와 최인식 오영수문학관 관장이 참여했으며, 심사위원단은 "충분한 후보작이 확보되지 않아 우수작을 가려내기 어렵고, 다양성과 질적 경쟁 측면에서도 기준에 미치지 못해 유의미한 비교가 불가능했다"라고 평가했다. 결국 심사위원단은 '우수작품 미선정'을 의결했다.
심사위원단은 대신 "11월 북콘서트를 지역 문학인들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장으로 꾸며야 한다"라며 향후 사업 방향 전환에 대한 보완 의견을 제시했다.
재단은 이 같은 심사 결과를 '우수작품 선정을 위한 심의 표본 부족으로 인한 미선정'이라고 공지하며 사업 취소를 공식화했다.
재단 예술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많은 예술인에게 안내했지만, 실질적인 지원금이 없는 데다 이미 책으로 발간된 작품을 다시 선집에 싣는 것에 작가들이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한 것 같다"라며 "북콘서트 행사에 다양한 장르의 지역 문학인을 초청해 대규모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지역 문학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도 "지역 문학인들의 작품집 발간에만 매년 3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어 '옥상옥' 우려가 있었다"라며 "접수 수가 적은 상황에서 시를 대표하는 우수작을 선정하면 대표성과 신뢰성 문제로 논란의 소지가 컸다"라고 전했다.
문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상황을 두고 "사업 설계 단계부터 참여 유인을 고려하지 못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역 문학인은 "신작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발간된 작품을 다시 묶는 데 작가들이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라며 "참여를 높이려면 명예스러운 선정뿐 아니라 실질적인 창작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단은 오는 11월 예정된 북콘서트를 통해 이번 사업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방침이다. 심의위원단의 제언과 지역문학인들의 요구를 반영해 북콘서트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장르별 지역 문학인들을 대거 초청해 작가 소개·작품 해설·평론가 대담·시민 질의응답·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