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극장 영화 한 편, 순댓국 한 그릇… 내 청춘이었다 [양키시장을 기록하다·(中)]

유진주 2025. 9.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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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일 복합문화상가 역할 ‘오성극장’
극장앞 간식 좌판·1층엔 매표소
2003년 폐관… 내·외부는 온전
김추자 쇼 등 특색 이벤트 유명

양키시장 천장 슬래브(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지어진 오성극장은 양키시장과 더불어 동인천 상권의 부흥과 서민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12일 철거를 앞두고 찾은 오성극장 내부 모습. 2025.9.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오성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순대골목에서 끼니를 해결한 후 양키시장을 돌며 쇼핑하면 하루가 금방 갔다.”
“내가 젊었을 때만 하더라도 인천 사람 모두가 다 양키시장으로 가서 즐겼다.”
“도떼기시장처럼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사라진다니 아쉽다.”
양키시장(송현자유시장)은 1990년대 후반까지 인천시민들이 즐겨 찾는 쇼핑공간이자 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했다. 1971년 양키시장 천장 슬래브(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3층 규모로 지어진 ‘오성극장’은 쇼핑과 영화(문화) 관람을 같은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한, 당시로선 획기적인 구조였다.

오성극장이 입점해 있는 양키시장은 당시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복합문화상가’로 기능을 하며 주말이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성황을 이뤘다. 1970~1980년대 당시 한 장소에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며 쇼핑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은 드물었다. 지금의 복합쇼핑몰과 같은 개념인데 이런 이유로 인천 시민들 중엔 양키시장과 오성극장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극장 앞에서 오징어와 문어다리를 팔던 좌판을 비롯해 양키시장 내부 1층 매표소에서 표를 받아 극장으로 올라가는 특이한 구조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양키시장 천장 슬래브(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지어진 오성극장은 양키시장과 더불어 동인천 상권의 부흥과 서민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오성극장에 그대로 남아 있는 먼지 쌓인 영사기. 2025.9.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양키시장 인근에서 만난 이한용(61)씨는 “오성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순대골목에서 끼니를 해결한 후 양키시장을 돌며 쇼핑하면 하루가 금방 갔다”며 “내가 젊었을 때만 하더라도 인천 사람 모두가 다 양키시장으로 가서 즐겼다. 도떼기시장처럼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동인천역 일대에 진행되는 도시개발사업으로 양키시장과 함께 오성극장 역시 철거 대상이 됐다. 양키시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오성극장은 2003년 폐관했지만 아직 극장의 외·내부는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지난 12일 오전, 철거를 앞두고 상인이 모두 빠져나간 양키시장의 골목을 가로질러 나가자 ‘디지털 시네마 극장(DIGITAL CINEMA THEATER)’이라고 적혀 있는 먼지가 뒤덮인 하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성극장 입구 매표소가 있던 자리다.

양키시장을 운영했던 법인 (주)중앙상사의 도움을 받아 20년 넘게 문이 잠겨있던 오성극장의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양키시장과 연결된 계단을 올라가니 상영관과 함께 과거 커피를 팔았던 판매대, 휴게실 공간 등이 보였다. 오성극장의 깨진 창문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극장이 방치된 시간을 보여주는 듯했다. 한 층 더 올라가자 영사실이 나왔다. 영사실 내부에는 2003년 폐관 당시까지 사용했던 영사기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윈도우95 컴퓨터 본체와 각종 비디오·카세트테이프, CD 등이 곳곳에 널려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공간에 들어온 기분마저 들었다. 폐관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상영된 영화 ‘데어데블’ 포스터도 극장 한 편에 붙어있었다.

양키시장과 연결된 계단을 올라가니 상영관과 함께 과거 커피를 팔았던 판매대, 휴게실 공간 등이 보였다. 2025.9.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1971년 개관한 오성극장은 영화 상영뿐 아니라 ‘김추자 쇼’ 등 특색있는 이벤트를 많이 하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사람 말을 따라 하는 새 구관조가 극장 로비에 있었는데 마스코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오성극장은 양키시장 상권 전체를 북적이게 만들었던 구심점은 물론 인천의 대표적 복합문화 공간으로 기능을 했다.

오성극장은 ‘씨네팝’, ‘애관극장 2관’ 등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돼 오다가 1990년대 후반 멀티플렉스 등장과 함께 내리막길을 걸어 2003년 문을 닫았다.

유동현 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양키시장과 오성극장은 시너지 효과를 내며 동인천 상권의 부흥과 서민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당시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였다”며 “양키시장에만 가면 영화 관람과 쇼핑, 먹거리까지 모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던, 당시엔 획기적인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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