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후 시대상 간직… 추억 공간 마련되길” [양키시장을 기록하다·(中)]
‘토박이’ 유동현 前 인천시립박물관장

“양키시장(송현자유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인천의 역사와 시대상 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지난 12일 동구 양키시장에서 만난 유동현 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양키시장이 철거된다는 건 역사의 한 막이 내려가는 걸 의미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천 동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유 전 관장은 양키시장은 단순한 시장의 의미를 넘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어려웠던 시기에 피란민들이 살기 위해 불법으로라도 양키 물건을 팔며 자리를 잡았던 그 공간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라며 “양키시장의 철거는 피란민들의 삶터, 어려웠던 시절 양키 물건이 유통됐던 복합적인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키시장은 당시 새로운 소비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유 전 관장은 “1980년대 후반 수입자유화 정책이 시행되기 전까지 외국산 제품은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고, 고가였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와 양키시장에서 판매되는 미제 상품들은 값싸고 희소해 각광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양키시장은 미군용 야전잠바, 리바이스 청바지, 초콜릿, 향수, 화장품 등 당시로선 희귀한 제품을 취급했기에 서민들에게 새로운 소비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양키시장은 옛날에 귀하고 신기했던 물건을 경험할 수 있는 접촉점이었다”며 “인천시민들이 소비자로서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했다.
유 전 관장은 양키시장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남겼다. 그는 “양키시장이 워낙 낡아 개발이 필요하긴 하지만, 전부 철거돼 아쉽다”며 “이곳에 양키시장이 존재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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