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난중시대…역사에 기록 안 된 승전 영웅들 노래하다

박현주 책칼럼니스트 2025. 9. 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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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사진) 시인의 시조 '격군格軍들-난중일기·7'전문이다.

이들은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수백 년 세월이 지나 조선 수군의 고단한 마음이 다시 이달균 시인의 연작시조집 '난중일기'에 남았다.

그는 "이번 난중일기는 이순신의 난중일기엔 없는 얘기들이 많다. 현재의 난을 소재로 한 것도 이유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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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이달균 연작시조집 /동학시인선 /1만3000원

“해 진다 꽃 진다 청정한 사람도 진다 설워마라 휘엉휘엉 바람 속에 별 울 때 저무는 혈관을 지나 향기는 백리 간다// 전쟁에 미치는 날 사공의 노래는 없다 한산 바다 판옥선 노 젓는 격군들 지문도 눈물도 없이 저어라 노를 저어// 역사는 영웅을 낳고 영웅은 신화를 낳고, 하지만 뉘라 알리? 짚신 한 짝, 누빈 누더기 서책이 외면한 이름 아득하다 낙화유수”

이순신 장군의 명량 해전을 다룬 영화 ‘명량’의 한 장면. 국제신문DB


이달균(사진) 시인의 시조 ‘격군格軍들-난중일기·7’전문이다. 설워마라는데 첫 줄에서 벌써 서럽다. 이달균은 “격군들은 노 젓는 이들인데 이들이 없었다면 어찌 승전이 있었을까” 하는 마음을 담아 이 시조를 썼다. 해 지고 꽃 지는 풍경 바라볼 겨를도 없이, 전쟁의 바다를 누빈 격군. 이들은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수백 년 세월이 지나 조선 수군의 고단한 마음이 다시 이달균 시인의 연작시조집 ‘난중일기’에 남았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어느 바다를 지나는 뱃사람의 마음일 수도 있다.

이달균 시인은 1987년 ‘지평’과 시집 ‘남해행’을 출간하여 문단활동을 시작, 1995년 ‘시조시학’ 신인상으로 시조창작을 병행하였다. 시집으로 ‘말뚝이 가라사대’ ‘북행열차를 타고’ 등을 냈다.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경남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이번 난중일기는 이순신의 난중일기엔 없는 얘기들이 많다. 현재의 난을 소재로 한 것도 이유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고 말한다. 이 시조집에는 기층민중에 시각을 준 작품들과 여전히 난중을 걷는 우리 시대 이야기들을 쓴 작품들이 많다.


‘통영 열두 공방-난중일기·2’는 전쟁이 끝나고 통영에 눌러앉은 사람들을 노래한다. “장군 가시고/ 전쟁도 끝나고// 널부러진 방짜유기. 노젓고 떠나기엔 견내량 물살이 세기만 하다 바다는 굼실 들앉고 남 먼저 매화 피는 터엉 빈 통제영, 내 이름은 소목장, 결 고운 느티로 장欌이나 짜고 살란다 상사칼로 끊어내고 인두질로 달래가며 끊음질 줄음질로 끼니나 잇고 살란다 갓쟁이, 발쟁이, 한집 건너 또 공방, 고향 못 간 쟁이들, 다 못 세어 열두 공방. 강화서 온 소복쟁이 알탕갈탕 찾거든// 아서라, 진작 죽었으니 잊어 달라 전해주오.”

시가 가락을 잃고 산문화되어 가는 시대에 젊은 감각으로 시조 정형률을 지키고, 때로는 사설조의 시들을 통해 유장한 이야기를 엮은 이달균 시조집에는 우리말이 흥과 설움을 타고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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