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전적 에세이 펴낸 ‘낭만 공무원’ 박거행씨
“규정보단 주민을”… ‘말없는 거행씨’가 건넨 메시지
여주서 9급으로 시작… 12월에 퇴직
30여년 경험, 80편 에피소드로 담아
같은 무게 짊어진 이들에 맞춤 위로

“공직생활의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후련합니다.”
박거행(60) 여주시 세종도서관팀장은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고향인 여주에서 9급 공무원을 시작으로 30여 년을 공직자로 살았다.
오는 12월에 퇴직하는 그의 마지막 직급은 6급 팀장이다. 그는 퇴직을 몇 달 앞두고 자전적 에세이 ‘말 없는 거행 씨’(연장통 펴냄)를 출간했다.

박 팀장은 “책을 쓰는 동안 지나온 날을 다시금 돌아보고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가장 값진 경험이다. 또 이 과정을 통해 앞으로 해야할 일도 찾았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책에는 80여 편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한자투의 만연체로 공직생활을 회고하고, 제 자랑에 더해 세상 인심에 대한 씁쓸함을 담았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공직생활 중에 겪은 이야기가 주류라지만 이만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기억을 낱낱이 되뇔 만큼 열정적으로 살아온 공무원이란 점을 짐작케 했다.
박 팀장은 “아파트 시행사가 부도 나서 고스란히 주민들의 피해로 돌아가게 됐을 때 자정이 넘도록 입주민들에게 확정일자를 내주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며 “공무원으로서 제 가치를 증명해보인 듯해서 뿌듯했다”고 돌아봤다.
공무원 사이에서 불리는 그의 별명은 ‘낭만 공무원’이다. 책임과 권한을 따져야 하는 공무원에게 ‘낭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30년이 넘는 공직생활 중에 겪었을 그의 좌충우돌이 얼추 그려진다.
박 팀장은 “규정이나 관례보다는 공직자의 사명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어떤 규정이 주민들의 보호받고 누려야 마땅한 권리를 제약한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며 “요즘식으로 말하면 헌법의 정신을 우선에 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언뜻 듣기에는 ‘적극 행정’을 독려하는 근사한 말처럼 들리지만, 그 길은 험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두 번의 징계를 받았고 그때마다 이의를 제기해 징계 취소 처분을 받았다.
‘말 없는 거행 씨’는 일상에서 같은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 가는 이야기를 찾는 이들에게 맞춤형 책이 될 듯하다. 그가 먼저 꺼낸 이야기들은 사는 동안 쉽게 말하지도, 버리지도 못했던 감정이나 경험을 일깨워 ‘다 괜찮다’고 우리를 위로한다.
여주/양동민 기자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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