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멈춰선 도시계획선, 그 너머의 삶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수원시의회 의원으로서 시의 예산을 다룰 때마다 저는 늘 무거운 질문 앞에 섭니다.
당장 눈에 띄는 대형 사업 대신, 소수의 주민을 위해 예산을 쓰는 것이 과연 맞는가?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비난받을 수도 있는 결정입니다.
도시계획선이 수십 년간 미뤄지면서 삶의 터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주민들의 절박함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시민들의 절실함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원시의회 의원으로서 시의 예산을 다룰 때마다 저는 늘 무거운 질문 앞에 섭니다.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써야 가장 효율적일까? 투표로 당선된 이에게 효율성은 외면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더 많은 시민이 만족할 결과,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때로는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 뒤에 감춰진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과연 이 효율이 모든 시민에게 공평한가. 저는 효율성이라는 잣대보다 '누구에게 더 절실한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이 득표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올바른 방향이라 믿습니다. 정치가 다수의 만족만을 추구한다면, 소수의 절박함은 늘 뒤로 밀리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다 함께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필요를 먼저 채워야 합니다.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온정마을에는 아직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가구가 있습니다. 도시가스와 하수관이 없는 것은 물론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 도시 한복판에서 누군가는 지하수를 사용하며 불편하게 살아갑니다. 한여름에는 수돗물 대신 지하수를 끓여 마셔야 하고, 겨울에는 난방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이들은 샤워조차 마음껏 하지 못하고, 어르신들은 위생 문제와 건강 위험에 상시 노출됩니다. 좁고 빗물이 고인 길은 통행조차 어렵습니다.
응급차가 들어오기 힘든 현실은 주민들을 늘 불안 속에 살게 합니다. 평범한 일상이 보장되지 못한 채, 이곳 주민들은 '계획의 이름' 아래 수십 년을 견뎌왔습니다. 이 마을은 10년도 더 전에 도시계획선이 그어졌지만 도로는 개설되지 않았고, 삶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행정은 계획을 세웠지만, 예산은 뒤따르지 않았습니다. 도시개발이 주변으로 확장되는 동안 이 마을만은 '계획에 묶인 마을'로 남아 있었습니다. 계획이 있다는 이유로 각종 지원에서 제외되고, 실제 사업은 지연되면서 주민들은 끝없는 불편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계획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결국 주민들을 고립시킨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저는 지난 3년간 예산 투입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주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을 발로 뛰며 답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내년이면 보상이 마무리되고 공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 결정을 내리면서도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당장 눈에 띄는 대형 사업 대신, 소수의 주민을 위해 예산을 쓰는 것이 과연 맞는가?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비난받을 수도 있는 결정입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 결정은 옳다고. 이 사업은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를 되찾아주는 일입니다. 도시계획선이 수십 년간 미뤄지면서 삶의 터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주민들의 절박함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일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삶 전체를 바꾸는 가장 절실한 문제입니다. 인간다운 삶의 기본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 공공의 역할이자 정치의 근본적인 목적입니다.
물론, 예산은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효율의 잣대는 숫자나 성과뿐 아니라, 소외된 이들의 삶을 회복시키는 데에도 맞춰져야 합니다. 도시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에서 희망의 빛을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의원으로서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시민들의 절실함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윤경선 수원시의회 의원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