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더하기] 서울 아트위크, ‘프리즈 효과’와 공공의 고민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 서울(Kiaf Seoul)'이 동시에 막을 올렸다. 2022년부터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열리며 서울은 세계 미술시장의 주요 무대로 부상했다. 이른바 '프리즈 효과'다. 두 행사가 겹치면서 서울 전역의 미술관과 갤러리, 대안공간들이 앞다투어 전시를 마련하는데, 서울시는 이를 '서울 아트위크'라는 공식 브랜드로 묶어내며 도시 전체를 미술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올해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Korea Artist Prize 2025)', 리움미술관의 이불 회고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마크 브래드퍼드 전,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등 굵직한 전시들이 같은 시기에 개막했다. 프리즈 필름과 예술경영지원센터 공동 토크 프로그램까지 더해져 서울은 국제적 관심을 끌어모았다.
프리즈와 키아프 같은 아트페어의 본질은 시장이다. 작품이 사고팔리며 가치가 형성되고, 컬렉터와 갤러리가 교차하는 거래의 장이다. 이러한 시장 논리는 자발적 교환과 경쟁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합리적 선택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장의 속도가 담론을 압도할 때 균형이 무너진다. 국제무대와의 접점 확대, 브랜드 가치 상승, 관람객 유입은 긍정적 성과다. 반면 블루칩 작가와 대형 갤러리 쏠림, 신진·지역 작가 소외, 공공성 약화는 우려를 키운다.
런던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균형을 모색했다. 테이트는 2000년대 초부터 프리즈 아트페어 펀드를 운영해 현장에서 작품을 구입, 공공 컬렉션에 편입했다. 지금까지 약 100점의 작품이 이 제도를 통해 수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셔널 갤러리는 최근 'NG Citizens'를 발족해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이 미술관 운영을 자문하도록 했다. 런던은 시장 현장을 공공 수집과 시민 참여로 연결했다.
뉴욕은 프리즈와 직접적 연계는 없지만, 병존 속에서 공공성을 강화했다. 프릭 컬렉션은 대규모 리노베이션으로 전시 공간을 넓혔고, 메트로폴리탄은 로크펠러 윙을 재개장하며 교육 기능을 확충했다. 뉴 뮤지엄은 증축으로 사회적 의제를 담을 역량을 확보했고, 퀸즈 뮤지엄은 팬데믹 시기 지역 사회를 위한 식량 지원소로 전환되기도 했다. 지금은 청소년 대상 사회정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성과 공공성을 결합한다. 뉴욕은 상업적 페어와 공공기관이 공존하는 환경 속에서도 사회적 책무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공공의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정부미술은행을 통해 매년 키아프 기간에 작품을 수집, 젊은 작가를 지원하고 국가 컬렉션을 확장해왔다. 이는 런던 프리즈 펀드와 유사하게 시장의 현장을 공공 수집과 지원 기회로 전환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시 산하 박물관·미술관, 문화재단과 함께 서울아트위크를 브랜드화하며 도시 차원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두 아트페어가 서울과 한국 문화예술 생태계에 분명한 파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기관은 시장과의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공생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서울아트위크가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안, 국공립미술관은 시장의 열기를 공공적 가치와 사회적 담론으로 전환해야 한다. 런던처럼 시장을 공공화하거나 뉴욕처럼 지역성과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수도권 집중의 부작용을 완화할 지역 연계 모델은 시급하다. 중요한 것은 상업적 열기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사회 전체가 공유할 가치와 논의로 바꾸는 일이다.
서울아트위크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시장의 논리를 존중하면서도 공공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정보 제공과 교류의 장을 넓히며 시장과 공공의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런던과 뉴욕의 경험을 참조하되, 한국적 맥락에서 지역과 연계된 모델을 구축할 때, '프리즈 효과'는 수도권 중심의 일시적 열기가 아니라 전국적이고 지속 가능한 문화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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