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상실 줄타기하며… 끝끝내 홀로 살아내는 우리 이야기 [내책 톺아보기]

정순민 2025. 9. 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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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소설집 '붉은 달이 매달린'(달아실 펴냄)에는 상실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이 소설집은 전편에 걸쳐 욕망의 다양한 흐름을 매트릭스처럼 깔고 그 위에 죽음의 운명을 심지처럼 박아놓은 상태에서 서사의 실들을 풀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오민석 평론가는 말하는데, '서사의 실'이란 말과 소설집 제목에서 사용한 '매달린'이란 말은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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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경아가 소개하는 '붉은 달이 매달린'
붉은 달이 매달린 / 이경아 / 달아실출판사

이번에 출간된 소설집 '붉은 달이 매달린'(달아실 펴냄)에는 상실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일곱 편의 소설 중 첫 두 편은 길 떠남의 편이다. '늑대가 왔다'에서 주인공은 늑대가 되어서 울부짖는다. "물어 죽여, 그래도 돼. 그는 너보다 힘이 세고. 너를 죽이고 있어." 이 소설은 복수와 응징의 이야기이고 그 모든 징벌은 상상적 글쓰기의 공간에서 일어난다. 두 번째 작품 '먼 훗날'은 아버지와 아들의 죽음을 떠올리며 '죽은 자들을 위한 산'으로 떠나는 이야기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작품은 '욕망 3부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령들의 춤'은 상실 후에 펼쳐지는 새로운 욕망의 경계없음이 그려진다. 한 외국인 청년은 주인공 여성과 가까워지는데, 여성에게 청년은 죽은 아들의 대리물로 여겨진다. 청년이 찬 축구공에 배를 맞았을 때도 그녀는 아들을 떠올린다. "넌 이제 내게로 오는 거란다. 내 안으로, 이 마음속으로. 내 가슴에 오는 거란다."

표제작이기도 한 '붉은 달이 매달린'에는 불완전한 부부와 완전해 보이는 나그네가 등장한다. 특정한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시선을 끌어들여 뒤섞는다. '눈이 온다'에서는 '다정한 관계'라는 노트로부터 등장인물이 출현하여 계모와 아들의 욕망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내가 쓰고 연출했던 연극 '별들의 무덤'은 작가가 등장하여 다시 쓰는 이야기라면 이 소설은 등장인물이 나타나는 이야기다.

마지막 두 작품은 '예술 2부작'이라고 하고 싶다. '바닷가에서 천천히'에서 주인공은 바닷가 마을에 와서 살고 있다. 꿈을 꾸면 죽음을 보게 되고 친구를 찾다 죽었을까 생각한다.

"소설집을 읽다보면 산맥들과 연결된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기둥처럼 발에 힘을 주고 서 있는 고요하지만 빛이 꺾이지 않은 그녀의 얼굴을 상상하게 된다." 변영주 감독의 추천사를 읽다보니 내가 찾는 아이는 바로 나였을까 웃게 된다.

마지막 작품 '봄날'은 나의 책 '신경림 시의 연희성 연구'나 내가 연출했던 뮤지컬 '완승'과 닿아있다. 예술은 이야기이며 놀이이고 서로를 위로하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삼국유사의 신화를 빌리기도 하고 장애아와 엄마의 이야기에 '춤 보살'이 등장해 제의적으로 위로하기도 한다. 코러스의 등장은 뮤지컬 '미스타 조'에서도 실험을 했었다.

"이 소설집은 전편에 걸쳐 욕망의 다양한 흐름을 매트릭스처럼 깔고 그 위에 죽음의 운명을 심지처럼 박아놓은 상태에서 서사의 실들을 풀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오민석 평론가는 말하는데, '서사의 실'이란 말과 소설집 제목에서 사용한 '매달린'이란 말은 관계가 있다.

소설집 '붉은 달이 매달린'의 주인공은 오솔길을 걸어가는 행인(들)이다. 그들은 이미 존재만으로도 온전하다. 달아실 출판사 편집장이기도 한 박제영 시인은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이 한 문장이겠다. 우리는 언제나 타인과 함께 살지만 끝끝내 홀로 살아내야 한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종속되기를 멈추었기에, 모든 것을 벗어던졌기에 소설집을 내게 된 것은 사실이다. 소설 속에서 온전해지는 나와 당신으로 만나고 싶다.

이경아·소설가
#죽음 #욕망 #상실 #붉은 달이 매달린 #소설집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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