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등록 美특허 과세권 33년 만에 확보... 대법원, 국가 승소 취지 판결

정석우 기자 2025. 9.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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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33년 만에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한 과세권을 인정받게 됐다. 국외에선 등록됐지만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을 뜻하는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한 과세권을 인정받아 앞으로 많게는 수십조원의 세수를 확보하게 됐다고 국세청은 보고 있다.

국세청 전경. /국세청 제공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SK하이닉스가 이천세무서를 상대로 낸 경정거부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발단은 이렇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를 만들면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미국법인 A의 특허를 사용하고 사용료를 지급해왔다. SK하이닉스가 특허사용료를 지급하면서 A법인의 법인세를 원천징수해 이천세무서에 납부했다. 사실상 미국 A법인이 SK하이닉스를 거쳐 한국 국세청에 법인세를 낸 것이다.

하지만 이후 A법인은 한국에 법인세를 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SK하이닉스 명의로 법인세 환급을 요구하는 경정청구를 했다. 국세청은 원천징수가 정당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법인은 경정청구를 거부한 과세당국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A법인의 경정청구를 거부한 국세청의 처분이 맞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관한 사용료라도 그것이 그 특허권의 특허 기술을 국내에서 제조 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하는 데 대한 대가라면 국내에 원천을 둔 소득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로써 1992년 첫 과세당국 패소 판결 이후 33년간 유지되던 대법원 판례가 변경됐다. 한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미국 기업의 특허 기술을 활용해 제조 활동을 하면서도, 해당 특허가 국내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는 건 부당하다는 게 국세청의 입장이었다. 반면 이번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 법원은 특허는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유효하다는 이른바 ‘특허 속지주의’에 따라 국내 과세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국세청은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미국 기업의 특허에 대해 법인세를 원천징수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이 A법인의 손을 들어줬다면 국세청이 4조원 이상을 미국 기업에 돌려줘야 했다.

정보기술(IT) 시장이 커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스마트폰 등 관련 특허료 지급액도 증가세다. 국세청은 장기적으로 이번 판결의 세수 효과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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