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송도 103층 빌딩 건립, 과연 옳은 결정인가?

김천권 2025. 9. 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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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송도 경제자유구역청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103층 초고층 빌딩 건립 계획은 단순한 건축 프로젝트를 넘어, 인천의 미래와 정체성을 가늠할 중대한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초고층 빌딩은 언제나 도시의 상징이자 그 시대의 기술력과 경제적 자신감을 드러내는 표상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의 투자 회수, 그리고 무엇보다 도시 구조와 맞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고립과 실패의 그림자가 늘 따라다닌다. 지금 송도의 선택은 단순히 "초고층 빌딩을 갖는가"라는 문제를 넘어 "그 빌딩이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직결된다.

뉴욕 맨해튼의 중심에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떠올려 보자. 1929년 착공해 1931년 준공된 이 빌딩은 102층이라는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한 규모였다. 하지만 완공 이후 공실률이 높아 흑자로 전환하기까지 무려 20년이 걸렸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뉴욕의 심장부에서조차 그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빌딩도 혼자 서 있으면 외롭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 초고층 빌딩도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야 진정한 가치와 활력을 창출한다. 단순히 "높다"는 이유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여의도의 63빌딩은 좋은 예다. 만약 이것이 여의도의 중심부에 있었다면 주변과 어울려 군집(클러스터) 효과를 불러오며 도시 발전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쪽에 치우쳐 있어 접근성과 활용성이 떨어지면서 중심지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잠실의 123층 롯데월드타워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서울 중심 혹은 강남역 일대 빌딩군과 함께 있었다면 더 큰 시너지와 가치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송도의 103층 빌딩은 어떠한가? 송도는 뉴욕 맨해튼처럼 글로벌 경제·문화 중심지가 아니다. 더구나 중심지가 아닌 한쪽 구석에 초고층 건물이 세워진다면, 이는 '도시의 상징'이라기보다는 '고립된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접근성과 주변 인프라, 그리고 도시적 맥락이 뒷받침되지 않는 초고층 빌딩은 오히려 공실 문제와 관리 부담이라는 그림자를 낳을 수 있다.

도시는 건물의 높이로 성장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건물과 건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집적 효과와 생활·경제 활동의 흐름이다. 송도 103층 빌딩 건립은 단순한 '초고층 타워의 유혹'이 아니라, 도시 발전의 지속성과 실질적 수요를 냉철하게 따져 본 후 내려져야 할 결정이다.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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