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넘은 슈퍼앱으로…카카오톡의 AI 대전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용자 체류시간 20%↑ 목표…최대 과제는 비목적성 트래픽 확보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카카오가 메신저앱 카카오톡을 앞세워 인공지능(AI) 선두주자로의 도약을 시도한다. 오픈AI의 챗GPT(ChatGPT)와 손잡고 카카오톡을 AI 기반 에이전트 서비스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메신저를 넘어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슈퍼 앱'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카카오톡이 이번 도전으로 어떤 혁신을 주도하게 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8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23일 자사 콘퍼런스인 'if(kakao)25'에서 카카오톡 개편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주된 개편 내용은 두 가지다. 사용자 목록이 구현된 첫 화면(탭)에 사진·동영상 피드를 추가해 숏폼 기능이 추가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탈바꿈하고, 채팅창에 챗GPT 기능을 탑재해 AI 검색 포털을 본격 구축한다.
카카오는 독자 AI 모델인 '카나나'와 오픈AI의 서비스를 결합한 개인 AI 에이전트도 선보인다. 구체적인 기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채팅창에 필요한 서비스를 입력하면 내장된 캘린더· 멜론(음악)·카카오맵(지도) 등과 연동해 일정 관리, 음악 재생, 택시 호출 등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형태가 예상된다.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변화는 9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은 이제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이용자 일상 전반에 걸친 관계 중심 소셜 플랫폼으로 거듭날 예정"이라며 "이번 개편으로 이용자 체류시간을 20% 이상 확대하고, 4분기 톡비즈 광고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메신저 한계' 넘기 위한 카카오의 승부수
카카오가 환골탈태 수준의 전면 개편을 택한 건 카카오톡의 약점인 '비목적성 트래픽' 확보를 위해서다. 카카오톡은 그동안 여러 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쇼핑하기,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앱 내에서 이용하는 '슈퍼 앱'을 지향해 왔다. 그러나 메신저앱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연락 수단이라는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지난달 1인당 일평균 사용 시간은 약 21.7분으로, 2020년(23.4분) 대비 1.7분 감소했다. 반면 카카오와 비슷한 월간 활성 이용자(MAU)를 보유한 유튜브는 같은 기간 이용시간이 59분에서 139분으로 급증했다. 카카오톡이 국내에서 독보적인 이용자를 확보했음에도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에 시달렸던 이유다.
카카오는 이를 돌파할 수단으로 AI를 택했다. 앱 내 서비스를 AI로 자동화해 이용자 체류시간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클릭이나 스크롤, 앱 다운로드 없이 최적화된 광고 노출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용자에게는 AI 에이전트 접근성을 늘리고, 카카오는 데이터를 확보해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오픈AI는 거대 MAU를 보유한 로컬 메신저와의 파트너십으로 이용자층을 유입시키고, 메신저 플랫폼은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협업 모델"이라며 "카카오톡에 챗GPT를 접목한 AI 에이전트 기능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유의미한 체류시간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카카오톡의 체류시간은 2028년까지 연 8%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AI 에이전트 기능을 도입한 메신저앱의 진화는 해외에서도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 메신저인 라인은 AI 에이전트 기능으로 여행 예약, 송금 등의 시스템을 자동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텐센트는 메신저앱 위챗에 AI 모델 '훈위안'을 접목해 약 700건의 서비스를 자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관건은 카카오톡이 이같은 변화를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다. 카카오톡은 이미 쇼핑하기, 결제, 게임 등의 서비스를 내장해 이용자를 유입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거쳤다. 그러나 글로벌 SNS의 주요 타겟인 10~30대는 카카오톡을 떠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카카오톡 주된 사용층인 40~50대의 경우 급격한 서비스 변화로 오히려 혼란이 커져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필수로 자리 잡은 메신저에 타 서비스(챗GPT) 기능을 탑재하는 것만으로는 기존 서비스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며 "카카오만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바탕으로 메시지 이외의 비목적성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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