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검할 의사가 없다”…국과수, 법의관 정원 중 33% 못 채워
이호 교수 “보수 수준 너무 낮아…부검 비용 등 올려야”
(시사저널=이강산·정윤경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법의관 결원율이 지난해 33%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검 지연은 국민 안전에 직결되는 일선 경찰 수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법의관 충원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과수 법의관 결원율이 매년 30%대를 기록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4회계연도 행정안전부 소관 세입·세출 결산 검토 보고서'를 보면 국과수의 법의관 결원율은 2020년 38%, 2021년 36%, 2022년 35%, 2023년 33%, 2024년 33%였다.
국과수의 법의관 결원은 부검 수요 증가와 맞물려 감정 처리 기간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 차장 출신인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국과수 본원의 감정 처리 기간은 2015년 평균 9.1일에서 2022년엔 평균 13.4일로 약 4.3일 늘었다. 같은 기간 국과수 감정 의뢰가 38만6918건에서 70만856건으로 31만3938건(81.1%) 증가했음에도 법의관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이 같은 국과수의 감정 처리 기간 지연은 변사자 등의 사망 원인 분석 자료를 필요로 하는 경찰의 수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선 경찰들은 '과거 한 달이면 결과를 통보받았는데 최근에는 평균 2개월 이상 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행안부는 해당 보고서에서 법의관 결원 발생 이유로 업무 강도 대비 낮은 보수 수준과 부검 외 민원인 대응과 법정 출석 등 행정 업무 담당에 따른 부담 증가 등을 꼽았다.
국과수 법의관 출신인 이호 전북대 법의학과 교수는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보수 수준뿐만 아니라 지방 생활 및 퇴직 후의 낮은 기대 소득 등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법의관 유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법의관이 되려면 병리 전문의 자격증까지 취득해야 하는데, 병리 전문의로 다른 일반 병원에서 일하는 것보다 보수가 훨씬 줄어든다"며 "게다가 국과수 법의관은 지방에서 생활해야 하고 법의관 퇴직 후 법의원을 개원해도 부검 비용이 한 건당 50만원 정도에 불과해 다른 개업의보다 은퇴 후 소득이 너무 낮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법의관들이 부검 후에도 감정서를 작성하는 등 기타 업무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에 한 법의관의 약 200건의 부검을 하는데, 부검마다 감정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감정서 작성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작성에 대한 보수 지불은 없다"고 했다.
실제 국과수 법의관의 연봉은 다른 의사 평균 절반에도 못 미치고, 국립재활원·국립정신건강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보건복지부 소속 전문의가 통상 4급 서기관으로 채용되는 데 비해 행안부 소속인 국과수 법의관은 병리 전문의임에도 5급 의무 전문관으로 채용된다. 5급 의무 전문관으로 채용된 법의관의 초봉은 야간 수당 등을 모두 합해 7000만~8000만원 수준에 불과하고, 7~8년 차가 돼도 연봉이 1억 안팎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과수는 법의관 부족에 대한 대책으로 '비상근법의관 촉탁검수'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외부 법의학자들을 촉탁의로 고용해 부검을 의뢰하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인데, 비상근법의관 역시 대부분 국과수에서 법의관으로 정년을 마친 고령의 법의학자들로 이들이 국과수 법의관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보수 수준을 포함한 처우 전반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법의관 결원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 입학부터 전문의 자격증 취득까지 12년에서 15년이 걸리는데 누가 그 연봉 받고 그것도 지방에서 법의관 생활하려고 하겠나"라며 "젊은이들에게 사명감만으로 일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부검 비용을 늘리는 등 처우를 확실히 개선해야 그나마 요즘 세대 의사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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