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없어도 된다”… 반도체 자립 속도 내는 중국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2025. 9. 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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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클러스팅 기술·칩 출시 계획 발표
알리바바, 캠브리콘 등 ‘토종 칩’ 개발 성과
中정부는 엔비디아 금지… 국산 밀어주기

“단일 칩 성능 면에서는 여전히 미국에 한 세대 뒤처져 있지만, 클러스터 기반 컴퓨팅 기술로 이를 극복할 것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런정페이 화웨이(华为) 회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6월 중국 관영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면서 미국의 압박에 대해 “어려운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갈 뿐”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화웨이는 18일 오전(현지시각)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공개했다. 자사 어센드(Asend) 제품이 장착된 그래픽카드를 최대 1만5488개까지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이다. 화웨이는 현재 100만개의 그래픽카드로 구성된 초대형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런정페이 회장이 앞서 언급했던 클러스터 기반 컴퓨팅 기술이 실현된 것이다.

지난 7월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 차려진 화웨이 부스. /AFP연합뉴스

화웨이는 이날 구체적인 인공지능(AI) 칩 출시 계획도 발표했다. 각각 2026년 초 자사 설계 AI 메모리칩이 탑재된 어센드 950PR ▲2026년 말 어센드 950DT ▲2027년 말 어센드 960 ▲2028년 말 어센드 970 등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미국의 제재로 엔비디아의 고사양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중국 기업들이 국내산 반도체를 통해 AI를 학습·운영할 수 있도록 성능을 끌어올리려는 화웨이의 시도”라며 “획기적인 기술적 돌파구라기보다는, 미국 제재 속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국산 대안을 발전시키려는 최신 성과”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정부 주도하에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굵직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과 신생 팹리스 업체들이 엔비디아에 대항하기 위한 반도체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고,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도 본격 양산을 준비하면서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올해 초부터 자체 설계 반도체인 ‘전우(Zhenwu)’를 소규모 AI 모델 훈련에 활용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칩은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저사양 칩 H20과 경쟁할 만한 성능을 보유했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百度)도 자체 개발한 ‘쿤룬 P800’ 칩을 자사 대형언어모델(LLM)의 새 버전 훈련·학습에 실험적으로 투입했다.

엔비디아 측은 최근 이에 대해 “경쟁이 확실히 시작됐다”며 “우리는 전 세계 주류 개발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두 회사 모두 최첨단 모델 개발에는 아직 엔비디아 칩을 함께 쓰고 있지만, 중국 대표 빅테크들이 너도나도 칩 개발에 뛰어들며 엔비디아 의존도 낮추기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비교적 신생 기업인 캠브리콘(寒武纪)의 성장도 가파르다. AI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캠브리콘은 중국 정부가 국산 AI 반도체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쓰위안(思元) 590’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그 덕에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43배 증가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하이 스타트업 메타X도 지난 7월 엔비디아 H20을 대체할 칩을 출시하고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장쑤성 화이안의 한 반도체 공장. /AFP연합뉴스

칩 개발 뿐만 아니라 생산도 공격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대량 양산에 나선 것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중신궈지(SMIC)는 내년에 7나노미터 공정 칩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최대 고객사는 화웨이인데,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캠브리콘과 메타X 같은 작은 팹리스 업체들도 더 많은 생산 물량을 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산업을 집중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최근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최신형 저사양 칩인 ‘RTX 6000D’의 구매 중단을 지시했다. 앞서 당국은 이보다 앞선 중국 전용 칩인 엔비디아 ‘H20′의 백도어가 우려된다며 구매를 자제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로부터 H20 수출 허가를 받았음에도 실제 출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엔비디아) 의존을 벗어나 자립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FT에 따르면 이번 RTX 6000D 구매 중단 지시로 몇몇 기업이 실제로 주문을 취소했는데, 취소된 수만 건의 주문은 중국 업체에게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2024년 기준 34%에 불과했던 중국 내 국산 AI 칩 비중이 2027년에 82%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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