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와 국민의힘 향해 점점 더 조여가는 특검의 칼날

김현지 기자 2025. 9. 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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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유착’ 통일교, 20대 대선 국힘 지원 수사 선상 올라
김건희 특검, 권성동 의원 구속 이어 한학자 총재도 구속영장 청구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9월1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본격화한 특검 정국의 칼날이 '정교유착'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사건의 정점인 한학자 통일교 총재는 교단 역사상 처음 1인자가 공개 소환되는 불명예로 기록됐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한 총재를 조사한지 하루 만인 9월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수사에서 비롯된 통일교 측의 김건희 여사 선물 제공, '친윤계' 권성동 국민의힘 정치자금 전달 등 여러 의혹은 교단의 20대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지원으로 파장이 커졌다. 법원은 9월16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특검 출범 후 처음으로 현역 의원 신분인 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인자' 한학자, 특검 자진 출석해 혐의 부인

권 의원이 구속되면서 이제 시선은 통일교 쪽으로 향하고 있다. 전세계에 수많은 신도를 거드린 종교단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舊 통일교, 가정연합)의 한학자 총재가 구속 갈림길에 섰다. 한 총재는 전성배씨와 가정연합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의 청탁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 5개월 만에 결국 특검 포토라인에 섰다. 한 총재는 지난 9월17일 민중기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5시간30분(휴식시간 제외)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이 지정했던 세 번의 출석일(8·11·15일)에 모두 나오지 않은 후 자신이 원하는 날에 자진 출석한 것이다. 특검팀 안팎에서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구인 이야기가 거론되자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재 측은 9월 초 심장 관련 수술을 받았다며 건강 문제가 불출석 사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한 총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다음날 오전 한 총재와 사건 당시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정원주 천무원 부원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왼쪽부터)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舊통일교, 이하 가정연합) 총재 자료사진. ⓒ연합뉴스·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올해 82세인 한 총재는 2012년 배우자인 고(故) 문선명 초대 총재가 사망하자 가정연합의 1인자가 됐다. 한 총재는 '하나님의 독생녀(한 총재 지칭), 하나님과 직접 통하는 존재이자 재림 메시아'라며 새 교리를 내놓았다. 가정연합은 국내를 비롯해 일본 등 해외에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데, 전세계 기준 수백만명이 교인인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이런 수치가 부풀려졌고 실제 교인수는 수십만명이라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단체임을 보여주듯, 한 총재의 특검 소환조사와 관련해 일본과 미국 등 외신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현재 한 총재가 받고 있는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윤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지원 여부, 그리고 교인들의 국민의힘 당원 집단 가입 여부 등이다. 특검 조사 결과, 한 총재는 세계본부장(2020~23년)을 지낸 윤영호씨의 김 여사 선물 전달과 권 의원 정치자금 지원 등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윤씨는 20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2021년 12월 서울 영등포구 인근에서 권 의원과 만나 교단 현안을 부탁하고 대선 지원 등을 약속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등에 교인들을 등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에 대해 한 총재와 정원주 당시 총재 비서실장의 공모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교단 측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하고, 윤씨가 같은 해 10월 권 의원에게서 한 총재와 정 전 비서실장의 해외 원정 도박 의혹 관련 수사 정보를 입수했다는 게 특검팀 측 시각이다.

이는 윤씨가 2022년 4~7월 한 총재의 승인 아래 전씨를 거쳐 김 여사에게 두 개의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이른바 청탁금지법 위반) 외의 것이다. 특검팀은 윤씨가 2022년 권 의원뿐 아니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독대하고 김 여사와 전화 통화를 하는 등 당시 집권 세력과 소통한 데에는 한 총재의 승낙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씨와 김 여사 등 관련 공소장에 한 총재, 정 전 비서실장의 공모 의혹이 명시됐다. 가정연합 측은 이에 대해 줄곧 해당 행위는 교단과 상관없는 "윤씨의 개인적 결정"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교단 前 고위간부 윤씨는 '윗선' 지시·승인 인정

그러나 가정연합은 특검팀의 칼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지난 9월16일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결과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교단으로서는 악재다. 종교단체 관련 여러 의혹에 연루된 윤영호씨와 전성배씨, 김건희 여사도 앞서 줄줄이 구속된 바 있다. 특검팀은 9월18일 오전 한학자 총재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교인들의 국민의힘 당원 집단 가입 의혹(정당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수사를 더 이어간다는 게 특검팀 방침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4월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권 의원이 2022년 2~3월 한학자 총재에게서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았고, 같은 해 말 한 총재 등의 해외 원정도박 관련 경찰 수사 정보를 교단 측에 알려줘 수사에 대비하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윤영호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가정연합은 '참부모(한 총재) 뜻이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한 총재의 정교일치 이념에 따라 권 의원을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또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제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는 제1 야당으로도 확대됐다. 특검팀은 가정연합 간부들이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교인들에게 입당 원서를 전달하는 등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혐의(정당법 위반)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 총재와 윤영호씨 등 가정연합 고위 간부들이 접촉해 온 권 의원이 당대표로 나섰던 전당대회에서 권 의원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특검팀은 이에 따라 국민의힘 가입 교인 명단과 같은 시기 당에 가입한 당원 명부를 대조해 봐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지난 8월13일과 8월18일 국민의힘 중앙당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국민의힘은 첫 압수수색 당시 "특검팀이 500만 당원 명단을 요구했다"면서 반발했다. 이후 압수수색 영장 기한이 같은 달 20일 만료됐고, 특검팀은 영장을 다시 청구 받아 9월18일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 8월 서울 용산구 통일교 서울본부 로비에 한학자 통일교 총재(오른쪽)와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 사진이 걸려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한 총재는 특검팀의 첫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에게 보장된 권리인 진술거부권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총재가 가정연합 정식 결재라인에 없었기 때문에 윤씨에게서 정치자금 지원 등 여러 문제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9월17일 오전 수행인의 부축을 받으며 특검팀 사무실로 걸어갔던 한 총재는, 이날 오후 조서 열람을 마치고는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그는 김 여사와 권 의원에 대한 금품 공여 의혹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내가 왜 그래야 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윤씨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첫 재판에서 권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 김 여사에게 건넬 선물을 전씨에게 전달한 의혹 등과 관련해선 대체로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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