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대형 유통업체만 배불린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

김소진 기자 2025. 9. 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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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농식품부 정기감사’ 보고서 지적
행사 직전 정상가격 높인 뒤 ‘눈속임’ 할인
농식품부, 사실 확인하고도 수수방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5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농산물 할인 지원사업에 500억원을 투입해 명절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수년째 시행하고 있는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이 소비자 부담 완화에는 무용지물이고, 실상은 대형유통업체의 배만 불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도 당정은 500억원 규모의 할인 지원사업 예산을 추석 민생대책에 포함했지만, 감사원은 “혜택이 소비자가 아닌 유통업체로 흘러간다”는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준다.

감사원

◆대형유통업체 ‘꼼수 할인’…알고도 방치한 농식품부=감사원이 18일 공개한 ‘농림축산식품부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6~12월 대형유통업체 6곳이 진행한 313개 할인 품목 가운데 132개는 행사 직전 가격이 갑자기 올랐다. 이 중 45개는 20% 이상 인상 후 ‘할인 행사’로 둔갑한 사례였다.

감사원은 “농식품부는 2024년 9월 위와 같이 대형업체가 가격을 인상한 후 할인행사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원금도 대형유통업체가 독점했다. 농식품부는 2023년 초 ‘직접 지정한 품목만 지원’ 방침을 세웠으나, 대형업체 6곳의 요구를 받아들여 2~5월에만 33억8000만원을 이들 업체에 몰아줬다. 같은 해 12월에는 예비비 119억원을 투입하며 기존에 참여하던 중소업체를 배제, 전액을 대형업체에 지원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에 “유통업체가 가격을 올린 뒤 이를 기준으로 할인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라”고 통보했다. 또한 중소 유통업체를 배제한 채 대형업체만을 위해 할인지원 품목을 지정하거나, 대형업체 전용 지원사업을 추진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요구했다.

◆ 가격만 보고 고른 지원 품목…체감 효과 ‘제로’=감사원은 농식품부가 할인지원 품목을 정하는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특정 시기 가격 상승률만을 근거로 품목을 지정했을 뿐, 소비자의 실제 지출 비중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3년 2~8월 30주 동안 지정한 시금치 등 54개 품목과 오이·마늘·대파 등 비지정 품목의 소비자 부담액을 비교하면 문제는 더 뚜렷하다. 같은 기간 19주의 할인행사에서 가격 상승률은 오이가 57.5%, 시금치는 89.0%였지만, 소비자가 실제 더 많이 지출한 품목은 오이(302원)였다. 시금치는 98원에 불과했다. 즉,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품목은 지원 대상에서 빠지고, 소비 비중이 낮은 품목에만 지원이 집중된 셈이다. 

감사원은 “소비자의 계절별 농축산물 지출 비중을 고려하여 할인지원 품목을 지정하는 등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에 실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품목을 할인지원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농식품부에 통보했다.

◆aT 수급 실패…‘배추 대란’ 가속화=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24년 여름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봄배추 9000t을 비축했지만, 오히려 9월 가격 폭등을 불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5년간 배추 가격은 7월 평균 10kg 기준 9733원으로 안정적이지만, 9월에는 평균 1만9186원으로 두배 가까이 급등했고 변동성도 커졌다. 감사원은 “9월 수급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폐기 우려가 있는 물량을 제외하고는 방출을 자제해야 했다”며 “봄배추는 플라스틱 박스에 보관하면 6월 수매 시 9월까지 비축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aT는 수급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매순기마다 기계적으로 물량을 풀었다. 7월에만 3300t, 7월1일부터 8월6일까지는 ‘안정’ 또는 ‘하락주의’ 단계였음에도 4169t을 방출했다. 여기에는 9월 대비용으로 남겨둬야 할 플라스틱 박스 보관분까지 포함돼 있었다.

결국 8월14일 가격이 ‘상승 경계’ 단계에 진입하자 방출량을 늘려야 했고, 불과 9월5일에 비축 물량 전량을 소진했다. 그 결과 불과 9일 뒤인 9월14일, 배추 가격은 10kg 기준 4만1483원까지 폭등했다.

감사원은 “비축사업의 목적과 달리 수급과 관계없이 일정량을 방출하도록 하는 방출계획을 수립하여 특별한 수급상의 문제가 없는데도 해당 계획을 이행하느라 비축 물량을 소진하여 정작 9월 등 가격 급등 시기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aT 사장에 주의 요구를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가격 전망도 빗나갔다. 2024년 9월 배추 가격을 1만5000원(10kg)으로 내놨지만, 실제 가격은 2만4873원으로, 40% 이상 오차를 보였다.

‘농업관측 실시요령’은 표본 농가 생산량뿐 아니라 저장업체 물량·출하 시기까지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농경연은 여름철 전망에서 이 절차를 생략했다. 최근 3년간 오차율도 봄철은 0.8~14%였으나, 여름철은 최대 48%에 달했다. 감사원은 농경연에 관측 업무를 강화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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