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이름에서 따온" 들국화 40주년, 전인권 "아직 몇 년은 거뜬합니다"

고경석 2025. 9. 1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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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 20~21일 연세대 대강당서 공연
밴드 들국화 40주년 콘서트를 앞둔 가수 전인권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괜찮은 듯해서 힘이 될 때까진 계속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들국화 1집은 사회에 대한 반항을 담은 앨범입니다. 기존의 사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노래했죠. 당시엔 그런 메시지가 강하게 담긴 노래가 많지 않아서 대중이 좋아했던 것 같아요.”

가수 전인권이 ‘들국화, 전인권 40주년 콘서트 – 마지막 울림’을 연다. 20, 21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다. 자신이 몸담았던 밴드 들국화의 데뷔 앨범 ‘들국화’ 발매 40주년을 맞아 기획했다. 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합주 연습을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본보와 만난 전인권은 “남들이 들국화 1집을 명반이라고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면서 “음악하는 이들은 다들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1983년 전인권과 고 허성욱(키보드), 고 조덕환(기타)에 최성원(베이스)이 합류하며 결성된 들국화는 2년 뒤 앨범을 내며 정식 데뷔했다.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세계로 가는 기차’ 등의 히트곡이 담긴 이 앨범은 한국 록의 지형도를 단숨에 뒤바꾸며 걸작 반열에 올랐다. 반항적이면서 깊은 감성을 담아내는 전인권의 거친 보컬은 자유와 혁명을 바라던 시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앨범의 첫 곡 ‘행진’은 전인권이 작사, 작곡했다. 1집에 실린 유일한 자작곡으로 모든 수록곡 중 마지막에 완성됐다. “(내가 어릴 때 집을 나간)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하다 쓴 곡이에요. ‘나의 과거는 어두웠지만’이라는 가사처럼 내 과거가 정말 그랬어요. 나의 과거는 힘들었지만 그 과거를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죠. 앨범에 내 노래가 한 곡만 실린 건 악기 연주가 서툴고 작곡법을 잘 몰라서였어요.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작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이 곡도 허성욱이 피아노를 쳐주면서 도와주지 않았으면 못 만들었을 거예요.”

전인권밴드 멤버들. 연합뉴스

앨범 커버는 비틀스의 앨범 ‘렛 잇 비(Let It Be)’와 종종 비교되지만, 그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함께 찍은 사진 중에는 네 멤버 모두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각자 좋아하는 사진을 하나씩 넣은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룹 이름은 “1983년쯤 나랑 허성욱, 최성원 셋이서 택시를 타고 가다 코스모스, 들장미 등을 이야기하던 중 최성원이 허성욱의 손에 있던 ‘들국화’ 껌을 보고 ‘들국화’ 어떠냐고 해서 바로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TV에 출연하지 않고도 높은 인기를 유지했던 들국화는 멤버 변동 끝에 데뷔 2년 만인 1987년 해체했다. 솔로 활동도, 들국화 재결합도 순탄치 않았다. 마약 복용 혐의로 몇 차례 구속되며 한동안 음악을 떠나야 했고, 어렵사리 재기한 뒤 2013년 최성원, 주찬권(1집에 세션 드러머로 참여한 뒤 2집 정규 멤버로 합류)과 들국화라는 이름으로 모처럼 앨범을 만들기도 했으나 발매 직전 주찬권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좌절을 겪었다.

“우유와 누룽지로 건강을 챙긴다”는 전인권은 그림에서 위안을 찾는다고 했다. 주로 인물화를 그린단다. 그는 “5년 전 강릉 경포대에 가서 1년 동안 그림만 그리다 온 적이 있다” 며 “지금 당장이라도 그런 시간을 3년쯤 더 갖고 싶다”고 했다. 이날 입은 재킷에는 유화 물감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신석철(드럼), 김정욱(베이스), 조승연(키보드), 이서종(어쿠스틱 기타), 정현철(일렉트릭 기타) 등 전인권밴드와 함께 무대에 오를 이번 공연에서 그는 신곡 두 곡을 선보인다. ‘당신은 강하고 귀한 사람’이란 메시지를 담은 ‘축하해요’와 어머니를 떠올리며 만든 ‘우리 어머니 장에 나가시네’다.

1978년 그룹 ‘따로 또 같이’ 멤버로 데뷔한 지 47년, 거친 풍파 속에서도 음악을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저는 사람을 좋아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참 단순하죠. 그런 마음이 음악을 오래 할 수 있게 해줬어요. 아직 몇 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다가 그래도 힘이 있을 때 그만두고 싶어요.”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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