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보다 재밌는 한국… 어서와, K-방탈출은 처음이지

박경일 전임기자 2025. 9. 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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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公, 한국홍보 전략 다변화
‘케데헌’ 지식재산권 1조원가량
천문학적 비용·빠른 유행 변화
한국 관광 홍보에 활용 어려움
외국어 ‘방탈출 게임’ 만들어
한국 놀이문화 체험 3.82배↑
韓드라마 보고 듣는 전시 기획
8일만에 방문객 2만명 넘어서
경주 코오롱호텔의 실내외 공간에서 진행하는 방탈출 게임 ‘사라진 시계’를 즐기는 모습. 한국관광공사 제공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가, 한류 관광콘텐츠를 방한 관광객 유치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한류 관련 콘텐츠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식재산권(IP)의 높은 비용과 까다로운 허가조건이란 장애물을 넘기 위해 이른바 ‘대체 무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기획아이디어와 다변화 전략 등으로 방한마케팅의 우회로를 개척하고 있다는 얘기다.

# 케데헌으로 한국 홍보를 못 하는 이유

한국 문화를 배경으로 한 문화상품 중 이만한 게 또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얘기다. 케데헌의 IP 추정 가치는 1조 원. 영화 흥행의 가치를 넘어 음악, 굿즈 등 파생사업의 잠재력이 그만큼 엄청나다는 얘기다. 케데헌의 ‘IP 가치가 크다’는 건 곧 IP 확보 비용이 그만큼 비싸다는 뜻이기도 하다.

케데헌 관련 이미지나 음악 등을 활용하려면 넷플릭스로부터 IP를 사야 하는데, 가격이 천문학적 수준이다. 그나마 민간에서는 살 수라도 있지만 국가 등이 비영리사업에 활용하는 경우에는 팔지도 않는다. 비영리적인 국가홍보에 활용하는 경우 ‘돈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서다. 하지만 조건은 까다롭다. 포괄적인 허가는 없고, 행위의 형태에 따라 하나하나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신청 절차도 복잡할뿐더러 허가를 검토하는 시간도 많이 걸린다. ‘늦어진다’보다는 ‘기약이 없다’는 쪽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트렌드’는 시간이 곧 생명이고, 행사 등의 일정도 맞춰야 하는데 사정이 이러니 활용할 방법이 거의 없다.

최근 천신만고 끝에 한국관광공사가 해외현지에서 연 관광홍보 행사에서 케데헌의 캐릭터와 장면을 포토월로 제작해 세우는 걸 허락받았지만, 언론에 포토월 사진을 공개는 물론이고, ‘포토월을 세웠다’는 사실조차 홍보하지 못하게 했다. 그나마 허가 기한이 끝난 지금은 포토월을 세울 수 없다. 한국은 ‘케데헌의 나라’지만, 정작 케데헌을 이용해서 마음껏 한국 홍보를 할 수 없었던 이유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리고 있는 ‘K-드라마 러브챕터’ 전시의 체험전시 공간. 한국관광공사 제공

# 비싸도 사면 되지 않냐고?

비싸거나 확보하기 어려운 IP 문제는 영화뿐만 아니라 K-드라마나 K-팝도 마찬가지다. 노래 한 소절, 드라마 스틸 컷 한 장이라도 방한 마케팅에 활용하려면 비싼 돈을 주고 IP를 확보해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 미리 IP를 확보한다면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만, 흥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적잖은 돈을 투자하는 건 모험에 가까운 일이다. 돈을 주고 샀다 해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IP로 무언가를 할 때마다 콘텐츠제작사나 출연자 소속사 등 IP 보유자의 승인이 또 필요하다.

결정적으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콘텐츠 소비주기가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IP를 구입해서 발 빠르게 승인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다 해도, 그 시점에 이미 대중의 관심이 싸늘하게 식어버리기도 한다.

메가톤급 한류 콘텐츠 히트작이 나올 때마다 ‘왜 발 빠르게 한국 홍보에 활용하지 않느냐’는 지적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사실상 ‘나랏돈’으로 값비싼 IP를 사야 하는 것인지 고심할 수밖에 없다.

# 첫 번째 전략 ‘K-드라마’를 오감으로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걸림돌 앞에서 한류 콘텐츠와 관련해 두 가지 전략을 택했다. 첫 번째는 ‘갖고 있는 걸 최대한 활용하자’는 전략이다. 우선 활용할 수 있는 K-드라마의 IP를 외래관광객 유치에 십분 활용하자는 방안을 세웠다. 인기 K-드라마의 장면을 재현하거나 드라마 속 감정과 서사 등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 콘텐츠를 개발한 것.

이런 전시는 민간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인기드라마 한 편만으로는 이런 전시를 기획하기도 어렵지만, 수익을 올리거나 관광객 유치 효과를 거두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여러 편의 드라마를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전시를 선보였다. 한류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 ‘겨울연가’부터 ‘폭삭 속았수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드라마를 선보인 ‘K-드라마 스포트라이트’ 전시였다.

지난해 8월부터 3개월 동안 서울 광화문의 갤러리 광화에서 열린 전시의 방문객은 2만 명이 넘었다. 그걸로도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청와대 사랑채로 장소를 옮겨 지난 7월 5일부터 시작한 ‘K-드라마, 러브챕터’ 전시는 불과 8일 만에 전년 관람객 기록을 돌파했다. 케데헌 말고도 경쟁력 있는 다양한 한류 콘텐츠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방탈출 게임에 참가한 관광객이 임무완수 도장을 찍고 있다. 외국인 이용자가 늘면서 다국적 언어로도 게임을 진행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두 번째 전략, IP 없이도 할 수 있는 것

IP 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찾았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놀이문화’를 앞세운 체험 프로그램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일상을 현지인처럼’ 지내려는 여행 트렌드 ‘데일리케이션(Dailycation)’에 대응해 올해부터 ‘방 탈출 카페’ 체험 투어를 만들었다. ‘방 탈출’은 게임에 연극·팀워크의 요소를 결합한 임무완수형 게임을 말한다.

방 탈출 카페 운영 회사와 손잡고 스토리라인을 외국어로 제공하는 등의 전략을 통해 한국인의 놀이문화를 관광콘텐츠로 전환하는 시도를 했던 것.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이색 체험의 외국인 관광객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 전자오락실과 PC방, 노래방 등 한국인 여가의 외국인 체험 숫자가 3.82배 증가했다. 특히 방 탈출 카페 이용 외국인 수는 전년의 14.19배에 달하는 믿기 힘들 정도의 폭증세를 보였다.

한국관광공사는 이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해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박물관에서 ‘국중박 분장놀이’ 행사를 선보인다. 케데헌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호작도에 등장하는 이른바 ‘K-호랑이’ 등을 주제로 내외국인 참가자들이 분장을 하며 즐기는 체험행사다. 행사기간 주말인 27, 28일에는 박물관 거울못 앞 광장에서 ‘웰컴대학로 페스티벌’ 야외공연도 개최한다. 전통공연, 뮤지컬, 논버벌 등을 아우르는 K-공연의 대표행사다.

박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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