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이래 쌓여온 문제, 최악의 방식으로 터졌다” 조국혁신당의 진짜 위기

9월4일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탈당했다. 당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에 대한 미진한 조치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에 항의하면서다. 문제가 된 사건은 성비위 2건, 직장 내 괴롭힘 1건으로 각각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르다. 강 대변인은 성비위 사건의 피해자이자 고발자로 기자회견에 나섰다. “검찰개혁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기에 격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 길 위에서 제가 마주한 것은 동지라 믿었던 이들의 성희롱과 성추행 그리고 괴롭힘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거나 모른 척하던 시선들이었다. 당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당내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조국혁신당이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었다. 조국혁신당은 ‘금일 강미정의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 자료를 내고 팩트 체크 형식으로 반박했다. 당의 조치가 결코 미온적이지 않았다는 취지다. 2차 가해성 발언도 이어졌다. 이규원 사무부총장은 “성희롱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황현선 사무총장은 2차 가해로 지적받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의 발언을 두고 “본의를 믿는다”라며 두둔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9월7일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했다. “대응 미숙으로 동지들을 잃었다.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한다.” 강 대변인의 기자회견 사흘 만이었다.
성비위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 3건이 당에 접수된 건 지난 4월이다. 조국혁신당에 따르면 피해자 요구사항에 따라 외부 조사기관의 조사를 거쳤고, 지난 6월 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해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성비위 가해자 2명(각각 제명, 당원 자격 정지 1년)과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가해자 1명(감봉 1개월)에게 징계처분이 내려졌다. 조국혁신당 한 관계자는 “신생 정당이라 성폭력 신고 센터와 같은 공식 기구가 없는 점 등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규정을 만들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절차마다 피해자 측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인권 향상 및 성평등 문화 혁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당의 대응 과정 전반을 점검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의 입장은 다르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강미숙 전 조국혁신당 여성위원회 고문은 〈시사IN〉과 통화에서 “당이 절차대로 했다는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성비위 가해자와의) 업무 분리, 진상 조사 등 당은 법과 절차대로 했다. 그런데 왜 피해자들이 다 당을 떠났을까, 이걸 물었어야 한다.” 사건 처리 매뉴얼이 부재한 가운데 당이 규정을 마련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과정에서 여러 오해와 불신이 쌓였다는 것이다. “응급환자가 발생했는데 응급환자 매뉴얼을 만들자고 한 것과 다르지 않다. 모든 게 법리적으로만 이뤄지면서 재판을 받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사건 처리가 지연되면서 피해자들을 상대로 ‘2차 가해’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지는데 어떠한 보호조치도 없었다.”

“당이 2차 가해 했다고 느껴”
정당 내 성폭력 혹은 괴롭힘 사건에서 2차 피해는 1차 피해보다 큰 문제가 되곤 한다.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직 차원의 대응은 더욱 까다롭다. 앞서의 당 관계자는 “정무직 당직자를 대상으로 성희롱, 괴롭힘 예방교육을 실시했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비밀 유지에 철저히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온라인상의 표현들까지 당 차원에서 조사하거나 제재하지는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 전 고문이 보기에는 당의 고위 관계자들이 가해자로 연루된 만큼 사건 처리만큼이나 2차 가해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필요했다. “젊은 당직자들이 분란을 일으켰다는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견디겠나.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은 당이 2차 가해를 했다고 느끼고 있다.”
강미정 전 대변인이 피해자들을 대리해 공론화에 나선 건 조국 전 대표 사면이 중요한 계기였다. “2차 가해가 만연한 상황에서 업무 복귀를 위한 매듭은 당의 실질적 리더인 조국 전 대표만이 풀 수 있는 일이라 여겼다(강미숙).” 강 전 고문은 7월17일 수감 중인 조 전 대표에게 열 장짜리 서신을 보낸 데 이어 광복절 사면 이후인 8월21일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자신과 강미정 대변인을 만나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조 전 대표로부터 ‘지역 일정을 마친 후인 9월 초 강미정 대변인을 만나 위로할 예정이다’라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조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시작으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강 전 대변인은 9월4일 기자회견에서 “그 침묵도 제가 해석해야 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조국 책임론이 불거졌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9월4일 페이스북에 “(피해자 측과 만남을) 서둘렀어야 했다는 후회를 한다”라면서도 “당시 당적 박탈로 비당원 신분이라 당의 공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비당원으로서 절차에 개입하는 것이 공당의 체계와 절차를 무너뜨린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강미숙 전 고문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혁신당은 좋든 싫든 조국의 당인데 권한 여부를 말하는 것은 형식논리일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조국 전 대표가 극한의 고통 속에 있는 피해자를 만나는 일을 지역 일정보다 덜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 절망했다.” 논란이 이어지던 9월8일, 조국 원장은 손에 귀를 대 경청하는 듯한 모습으로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다.
리더십 부재와 고위 당직자들의 2차 가해 논란 등이 줄줄이 이어지며 조국혁신당 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현 지도부가 사퇴하자 피해자들을 향해 ‘당을 흔든다’는 프레임이 더욱 강화되었다. 황현선 전 사무총장은 9월7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밤낮 없는 격무 속에서 당내 조사와 외부 법인 조사까지 받는 고통을 겪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가해자라고 비난받고 있는 당직자들의 우산이 되지 못했다”라고 표현했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받았던 당직자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미숙 전 고문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퇴사할 때까지 당으로부터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다”라고 반박한다.
그간 쌓여온 당내 갈등이 이번 성비위 및 괴롭힘 공론화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의견도 있다. 조국혁신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권력이 일부에게 집중되어 있는 당의 문화와 왜곡된 절차주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간 조국혁신당 내에 문재인 정부 시절 민정 라인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갈등이 있었고, 지난 대선에서 독자적 대선후보를 선출하지 않기로 결정할 때부터 표출되었다는 얘기다. “당내 결정 구조에 민주주의가 전혀 없다고 느꼈다. 창당 이래 쌓여온 본질적인 문제가 최악의 방식으로 터진 것으로 봐야 한다.”
현역 의원들 간의 대립도 가시화되고 있다. 9월9일 조국혁신당 의원총회에서는 조국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에 추대하는 문제를 두고 ‘불가론’과 ‘불가피론’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고문이 비대위원장은 조 전 대표가 아닌 제3자가 낫다며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의원총회 결과 조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직에 단수 추천되었다. 조국혁신당 A 의원은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해도 비판받게 될 거다. 그런데 비겁하다는 비판까지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창당 이래 쌓여온 본질적인 갈등

반면 ‘불가론’을 주장한 B 의원은 “기본적으로 당이 사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실수든 뭐든 피해자에게 신뢰를 잃고 원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사람이) 비대위를 이끈다는 게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겠나. 조 전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악수를 뒀다.” 성비위 사건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처리하는 당의 대응을 두고도 이렇게 지적했다. “당이 (피해자들의 말을) 들으려는 자세가 안 되어 있었다. 결국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겠나. 오히려 의원들이 피해자들을 만나려고 하면 2차 가해라는 이상한 논리를 들었다. (당의 태도가) 소위 말하는 ‘법꾸라지’처럼 느껴졌다.”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의견 수렴을 이뤄내지 못한 가운데, 9월11일 조국혁신당은 당무위원회를 열고 조국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혁신정책연구원장인 조 전 대표는 당연직으로 당무위에 참여해야 하지만 이날 불참했다. 대신 입장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당의 위기는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 탓이다. 모든 것을 피해자와 국민 눈높이에 진실하게 맞추겠다. 당이 돌아오고 싶은 공동체가 되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끝까지 다하겠다.” 당초 11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조 위원장이 이른 등판을 했다.
강미숙 전 고문은 조국 비대위원장을 향해 “피해자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에 대한 음해가 계속되고 이를 권력 싸움으로 몰아간다. 조국 비대위가 출범하면 첫 번째 과제로 피해자를 악마화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신임 비대위원장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 창당에 함께했던 고문들도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다. 조국혁신당 창당 멤버인 은우근 상임고문은 9월10일 “위기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철저하고 근원적인 성찰이 우선 필요하다고 여긴다”라며 탈당을 선언했다. 당의 ‘진짜 위기’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언급한 조국혁신당 B 의원은 “상황을 제대로 인식 못하는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나”라며 조국 비대위 체제에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예정보다 일찍 지도부로 복귀한 조국 비대위원장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