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응당 그러려니?…‘부산 엑소더스’

권혁범 기자 2025. 9. 1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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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학생 등 청년으로 북적였던 부산대 앞 거리가 지난 2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17일 통계청이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 이동’ 통계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수도권 3개 시도(서울·경기·인천) 인구가 그 외 14개 시도 전체 인구를 처음으로 넘어선 건 2020년. 이후 수도권 인구 집중 속도는 더 빨라집니다. 앞으로 최소 30년간 이런 추이가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통계청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 근거해 이번 통계를 작성했습니다.

통계는 2004~2024년 수도권-비수도권 간 인구 이동 현황을 청년(19~34세)과 중장년(40~64세)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성·연령·권역·시도·시군구별 순이동(전입에서 전출을 뺀 수치)을 자세히 짚었는데요. 결론부터 소개하면 부산이 ‘1위’입니다. 뭐가 1위일까요.

20년간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인구는 23만7034명. 비수도권 14개 시도 중 단연 1위입니다. 이는 지난달 말 주민등록 기준, 부산 전체 인구(324만9975명)의 7.3%에 달하는 수치. 그러니까 들어온 인구를 빠져나간 자리에 채워 넣어도, 100명당 7명 이상이 수도권으로 이탈했다는 뜻입니다. 2004~2024년 부산에선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수도권으로 인구가 순유출됐습니다.

더 심각한 건 청년. 부산 순유출 인구의 무려 78.7%(18만6499명)가 19~34세 청년입니다. 역시 14개 시도 가운데 1위입니다. 최근 20년간 가장 많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흘러 들어간 곳, 특히 청년 유출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곳. 바로 부산입니다.

물론 부산이 다른 비수도권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인구 규모가 커 청년 유출이 많았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논리대로라면 부산은 다른 시도보다 유입되는 청년도 많아야 하나, 그러지 못해 빚어진 결과입니다. 통계청은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이유로 “청년 인구가 직업 등을 찾아 수도권으로 옮긴 사례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시도별 청년(19~34세) 인구의 수도권 순이동 현황. 통계청 제공


부산으로선 참담하고, 씁쓸한 뉴스입니다. 그럼, 이 뉴스는 다음 날 신문 지면 어디쯤 배치하는 게 타당할까요. [뭐라노] 독자 여러분이 부산 지역신문 편집자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실 예전엔 이 정도 뉴스는 종종 신문 1면 머리기사로 실렸습니다. 제목도 ‘두껍고 시커멓게’ 달아서. 그만큼 충격적이고, 심각하다는 거죠. 그런데 이젠 지역사회도 많이 무뎌진 듯합니다. 워낙 자주 반복되는, 다소 식상해진 소식이라 그런 걸까요. 게다가 때마다 지목되는 청년 유출 원인은 ‘일자리’ ‘교육’으로 변함없는데,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국제신문은 2020년 신년 기획 기사로 ‘청년 졸업 에세이’를 썼습니다. 당시 34세가 넘어 청년기본법상 더는 청년이 아닌, 청년을 ‘졸업’한 부산 출생 1985년생 5만7212명의 생애를 자세히 추적했는데요. 1985년 부산에서 태어난 5만7212명은 청년을 졸업하는 시점(2019년)에 3만9021명만 남았습니다. 31.8%가 수도권 등지로 ‘증발’된 거죠. 고등학교 졸업(2003년) 때까지는 그나마 5만4297명을 유지했지만, 대학과 취업을 거치며 급격히 줄었습니다. 청년 인구가 많은 지역 대학가는 역설적으로 졸업 후 대거 짐을 싸는 ‘탈부산 진원지’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하루이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똑같은 패턴의 반복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무뎌져선 안 되겠습니다. 응당 그러려니, 넘겨서도 안 됩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청년이 부산으로 돌아오고, 부산뿐 아니라 전국에 골고루 둥지를 틀어야 합니다. 포기해선 안 될 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균형발전을 강조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균형발전이 지방 또는 지역에 대한 배려 정도의 성격을 가졌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이 생존하고 또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전략이 됐다”고도 했습니다. 맞습니다. 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입니다. 그리고 균형발전의 시작은 사람, 그중에서도 청년입니다. 청년이 비수도권 어디에서든 꿈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대통령의 약속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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