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빛낼 TK과학자]<6>"세계 제조업 혁신 이끈다" 물리지능 로봇 개발 손정우 국립금오공대 교수

김명규 기자 2025. 9. 18.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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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에서 자율화로…AI 기반 자율제조시스템 연구 집중
무선 전신 동작 인식 웨어러블 세계 최초 개발해 학계 주목
디지털 트윈·역강화학습 활용해 제조업 패러다임 전환 견인
자율성에 기반한 AI로봇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국립금오공대 기계공학부 손정우 교수. 김명규 기자

인공지능(AI) 로봇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산업 현장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3년 공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운용 영상을 통해 물건을 집어 옮기고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를 돕는 로봇의 모습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빵에 잼을 바르거나 식기를 정리하는 가정용 로봇 운용 실험도 활발히 진행 중인데, 로봇분야 연구자들은 "머지않아 사람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피지컬(Physical) AI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율성에 기반한 AI로봇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대구경북의 과학자가 있다. 바로 국립금오공과대학교 기계공학부 손정우(47) 교수다.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LG전자 CTO부문 Convergence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지낸 그는 2012년부터 금오공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손 교수의 주요 연구 분야는 AI를 활용한 자율시스템으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자율제조로봇', 기계가 스스로 결함을 파악하는 '자율기계진단', 물류·서비스 현장에서 사용될 '자율주행로봇'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손 교수는 "최근 급격히 발전한 AI 기술은 기존 제조산업을 '자동화'에서 '자율화'로 바꿔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화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복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자율화는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해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이에 맞는 행동을 취하는 단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들어 '공장자동화(Factory Automation)'보다 '자율제조(Autonomous Manufacturing)'라는 개념이 산업현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손 교수는 "자율화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환경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기술"이라며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AI 기반 자율시스템의 도입 시기와 기술 수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손정우 교수가 산업현장에 쓰이는 협동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명규 기자

그의 연구 분야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물리지능(Physical Intelligence)'이다. 물리지능은 무게, 마찰, 중력 등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힘을 조절하는 능력을 말한다. 손 교수는 "버터가 녹아 무른 경우와 단단히 굳은 경우는 전혀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기존 로봇은 정해진 힘으로만 작업했지만, 물리지능 로봇은 사람처럼 상태를 파악해 적절히 힘을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물리지능을 산업용 로봇에 도입하면 각 산업 공정에 따른 로봇의 활용성을 크게 확장시킬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제조산업의 혁신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손 교수는 "사람이 사과를 깎는 방법을 배워 다른 과일에도 적용하듯, 물리지능 로봇은 상황과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다양한 작업을 스스로 판단하고 진행할 수 있게 된다"고 부연했다.

손 교수는 AI를 기반으로 한 자율시스템은 이미 산업현장에서 속속 도입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물류창고·호텔·병원·식당 등에서는 물품 운반과 서비스 제공을 담당하는 자율주행 로봇의 활용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으며, 현대자동차와 BMW 등은 자동차 생산 공정에 휴머노이드 로봇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손 교수는 '사람의 동작을 학습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는 단순 모방이 아니라 인간의 동작 속 원리를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해, 스스로 할 일을 결정하는 자율화 단계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다.

손 교수는 이 분야의 연구의 일환으로 올해 초 미국 조지아공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무선·실시간 전신 동작 인식 웨어러블 센서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손 교수 연구팀은 '딥러닝 기반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과 '플렉서블 전자소자 기반의 웨어러블 전신 섬유 통합 전자 장치'를 통해 무선으로 사람의 실시간 동작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전자 장치는 신체 변형 데이터를 수집·처리해 사용자가 수행하는 동작이나 운동 유형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시스템은 동작·힘·각도 등 다양한 신체 정보를 정밀 측정해, AI가 사람의 복잡한 움직임과 작업 원리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실현을 앞당긴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무선 동작 인식 장치는 벨크로 메시 섬유로 제작돼 다양한 신체 크기에 맞춰 착용 가능해 건강관리, 재활, 스포츠, 로봇 제어, 스마트 제조 등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손 교수는 해당 성과로 SCI급 국제학술지 표지논문으로 선정되며 학계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손정우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무선·실시간 전신 동작 인식 웨어러블 센서 시스템. 손정우 교수 제공

이에 더해 손 교수는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한 점에 주목하고 이를 보완하는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센서를 부착해 사람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지만 데이터 수집에 한계가 있어, 디지털 트윈(현실 물체를 가상공간에 복제한 후 다시 현실에 활용하는 기술)과 금오공대 슈퍼컴퓨팅센터를 활용해 가상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법을 현재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가상 데이터 생성의 핵심은 '역강화학습(Inverse Reinforcement Learning)'이다. 역강화학습은 숙련자의 행동을 관찰해 최적화된 목표를 추론하는 접근 방법이다. 손 교수는 "보행자 앞에서 속도를 줄이는 운전자의 행동을 통해 AI가 '보행자 안전이 목표'임을 학습하듯, 로봇도 전문가 행동에서 숨은 목표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향후 제조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축은 물리지능 로봇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물리지능 로봇은 제품이 바뀔 때마다 설정을 다시 해줄 필요 없이, 스스로 작업 방식을 결정하고 조립, 포장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로봇의 활용도를 높이고 작업 효율을 극대화해 사람의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보완해 줄 것"이라며 "물리지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은 접시를 씻고 빨래를 개는 등 가정 내 노동까지 대체할 수 있어 앞으로는 가정마다 로봇이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오공대 손정우 교수(왼쪽 두번째)와 기계공학부 석박사과정 연구생들. 김명규 기자

끝으로 손 교수는 "로봇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안전하며 풍요롭게 만드는 것인데, 내 연구의 목표는 한국 제조업의 혁신을 넘어 세계 제조업의 혁신을 이끄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구미를 비롯한 경북과 대구는 제조산업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만큼, 자율제조로봇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과 연구가 타지역보다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앞으로 로봇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제조업은 물론 전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 교수는 지금까지 자율시스템 연구 분야에서 95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했으며, 2025년 대한기계학회 CAE및응용역학부문 중견학술상, 한국PHM학회 유망과학자상, 2023년 강월논문상, 대한기계학회 국제학술지(JMST) 최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아울러 현재는 미국 조지아공대, 캐나다 캘거리대와 자율로봇 분야 공동연구를 이어가며 학문적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김명규 기자 km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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