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경의 ‘영웅 만들기’ 시도... 무얼 덮으려 했나

경기일보 2025. 9.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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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새벽 인천 영흥도 해안 갯벌에 70대 중국인 노인이 고립됐다.

신고를 받고 해경 1명이 출동했다.

해경은 자신이 입고 있던 부력조끼(구명조끼)를 벗어 입혀줬다.

노인은 곧 지원인력에 구조됐으나 이 해경은 이날 오전 9시 넘어서야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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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영흥도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다 숨진 故 이재석 경사의 영결식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경기일보DB


지난 11일 새벽 인천 영흥도 해안 갯벌에 70대 중국인 노인이 고립됐다. 신고를 받고 해경 1명이 출동했다. 발까지 다친 노인을 구조하던 중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다. 해경은 자신이 입고 있던 부력조끼(구명조끼)를 벗어 입혀줬다. 필사적으로 해안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물에 휩쓸렸다. 노인은 곧 지원인력에 구조됐으나 이 해경은 이날 오전 9시 넘어서야 발견됐다.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병원 이송 중 숨졌다. 15일 해양경찰청장으로 영결식이 치러진 고 이재석 경사의 마지막 헌신이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한밤중 위험한 갯벌 고립 사고에 왜 혼자서 출동했느냐다. 해경 내부에서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동료들이 ‘함구령’을 받았다며 기자회견을 했다. 대통령도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해양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해당 경찰서장, 파출소장, 당직 팀장이 직무에서 배제됐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가.

사고 당시 영흥파출소에는 6명이 있었다. 이 시각 이 경사와 팀장이 당직 근무였다. 나머지 4명은 휴식 중이었다. 이들은 “당시 팀장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며 이 경사 혼자 현장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팀장이 직원들을 깨워 함께 출동하도록 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시 팀장으로부터 아무런 상황 전달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지원이 필요하다는 드론 순찰업체 연락을 받고서야 이 경사 혼자 출동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해경 내부에서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고도 했다. 사고 이후 영흥파출소장이 따로 불러 경찰서장 지시라며 함구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흠집을 내선 안 된다’, ‘사건의 전말이나 팀장과의 불화에 대해 기자나 유가족에게 함구하라’ 등이다. 이에 대해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진실 은폐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당직자가 2명인데 왜 혼자 출동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험한 바다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해경이다. 해경의 헌신적인 직무 수행 덕분에 위기 상황의 시민들이 무사히 귀가하는 일도 많다. 중국어선들의 불법어로에 맞서다 순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해경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조직 내부 실패나 과오를 ‘영웅 만들기’로 덮으려 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건설 현장의 중대재해 이상일 수도 있다. 하루빨리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고 이재석 경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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