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려보며 韓日 때렸다… 트럼프에 멍드는 동맹

동맹을 경시하고 강대국 관계를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허’ 외교가 한미 관계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중국을 정조준하며 시작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정작 중국에는 반복적으로 관세 부과를 유예해 주고, 한국 등 동맹국에는 투자와 시장 개방을 압박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반도체와 의약품은 이익률이 (자동차보다) 더 높다”면서 고액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시사했다. 유럽연합(EU)·일본과의 통상 협상을 통해 EU·일본산 자동차에 부과했던 25%의 품목 관세를 15%로 낮춰준 데 대해 “아무것도 타협하지 않았다”며 나온 발언이었다.
미국이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직격탄을 맞는 것은 한국과 대만이다.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하고도,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한 이견 탓에 25% 관세를 내고 있는 한국엔 또 다른 불확실성이 생겼다. 반면 중국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10일까지 고율 관세 부과를 유예해 줬고, 추가 유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 145%를 매기겠다고 위협했지만, 5월 중순 이를 유예하고 30%만 부과하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가 일본과 한국은 특수하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미국과의 동맹으로 더 큰 혜택을 입고 있고 더 고마워해야 한다’고 보고 더 큰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통상 협상 교착이 안보 합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우리가 전혀 접하지 못했던 여건 속에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조현 외교부 장관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국이 변한 것 같다”고 했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특별한 개성을 가진 정치 지도자”라며 “가변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변수를 보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반도체·의약품 관세, 車보다 더 높게”… 동맹국들 또 긴장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경시, 강대국 중시’ 기조는 16일 유럽연합(EU)과 인도에 대해 한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와 “합의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입장을 지지해 온 EU와 나토(NATO) 국가들을 비판하며 “그들은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세계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둘째로 많이 사는 국가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는 트럼프가 이날 직접 전화를 걸어 75번째 생일을 축하해 줬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에서 모디 총리를 “나의 친구”로 부르며 “그는 훌륭한 일을 해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당신(모디)의 지지에 감사한다”고 썼다.
에너지 청정대기 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의 47%를 중국이, 38%를 인도가 샀다. EU의 매입량은 6%, 나토 국가인 튀르키예도 6%였다. 트럼프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문제 삼아 지난달 인도에 50% 관세를 부과했지만 모디 총리가 전혀 뜻을 굽히지 않자 오히려 관계 회복에 나섰다. 뉴욕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석 달간 인도 측에 모디와의 전화 통화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모디가 이를 무시했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실질적 제재나 압박을 제한적으로만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안보 협력을 필요로 하는 동맹들은 ‘약자’로 보며 압박하고, 중국·러시아·인도처럼 동맹 관계가 없는 강대국들을 ‘강자’로 대우하는 트럼프식 ‘스트롱맨 외교’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모습은 무역 협상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성인 인구 3분의 1 이상이 사용하는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대한 대응이 단적인 사례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틱톡 사용으로 “미국인의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미국의 국가 안보가 위협을 받는다”며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할 수 있다는 압박을 수차례 했지만 이를 실행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미 의회는 틱톡이 미국 내에서 계속 운영되려면 미국 기업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틱톡 금지법’을 제정했다. 트럼프는 이 법의 시행을 취임 이후 세 차례 유예했고, 16일 한 차례 더 3개월간 시행을 미루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틱톡의 미국 사업권 처분에 대해 “중국과 합의에 도달”했고 “19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 후 모든 것을 확정하려고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관세 전쟁 흐름도 비슷하다. 재집권 후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예고했지만, 지난 5월 제네바에서 중국과 첫 협상을 열어 관세율을 30%로 낮추고 일부 추가 관세의 시행을 미루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4차 미·중 협상에서도 추가 유예 가능성이 재차 논의됐다. 트럼프가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까지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중 관계가 관세 전쟁 초기 대립 국면과는 다른 ‘관리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작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은 관세 압박 속에 막대한 대미 투자 부담을 안고 있다. 한국은 3500억달러(약 484조원)의 대미 투자 펀드를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조지아주 현대차·LG 배터리 공장에 대한 미 이민 당국의 단속이 불거지면서 투자 환경 악화 우려도 커졌다. 일본과 EU도 관세 부담을 피하려고 5500억달러와 60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부담이 크다는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위 실장은 “트럼프 행정부발 새로운 도전들이 안보·통상 양 측면에서 있었다”면서도 “동맹의 미래란 관점에서 윈윈 하는 길을 찾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현재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아주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다. 트럼프는 그 상황의 산물일 뿐”이라며 “미국을 과거의 미국처럼 생각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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