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비싼 태양광·풍력 짓는 게 실용인가
태양광·풍력도 10년 안팎
탈원전 핑곗거리 그만 찾고
원전·재생E 함께 늘려야
“지금 당장 시작해도 10년이나 돼야 지을 둥 말 둥인데 그게 대책인가? 풍력발전·태양광, 이건 1~2년이면 되는데 무슨 원전을 짓나? 재생에너지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나는 실용주의자” “까놓고 한번 얘기하자”며 한 말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 발언은 사실과 다르고, 실용도 아니다. 탈원전 핑곗거리 하나를 더한 것에 불과하다. 그동안 제기됐던 수많은 탈원전 주장처럼 필요한 사실만 골라 짜깁기해 전체 맥락을 왜곡했다.
이 대통령은 원전 건설 기간 15년을 최초 발전 사업 허가 때부터인지, 건설 허가 때부터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건설 기간을 건설 허가~상업 가동으로 한정하면 가동 중인 원전 26기 건설 기간은 평균 6.4년이다. 탈원전 문재인 정부 이전에 상업 가동을 시작한 23기는 평균 5.8년이다. 지금 짓는 원전 4기는 평균 9.7년이다. 문 정부 때 공론화(새울3·4호기), 백지화(신한울3·4호기) 하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원전 건설 기간이 길어진 게 누구 탓인가.
최초 건설 계획부터 따지면 원전 건설 기간은 15년이 넘는다. 울산 울주군에 있는 새울 1호기는 2001년 건설 계획이 최초 확정됐다. 2016년 12월 상업 운전까지 15년 걸렸다. 기저(基底) 전력인 원전은 필요하다고 뚝딱 지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수조 원 드는 대형 공사이고, 발전량이 크다 보니 부지 선정, 환경영향평가, 건설 허가, 운영 허가 같은 인허가 절차가 많고 안전 점검도 따른다.
이 대통령 발언대로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1~2년에 레고 장난감 조립하듯 지을 수도 없다. 수백MW(메가와트)짜리 대규모 태양광·풍력 단지는 건설에 2년 정도 걸린다. 각종 인허가 절차와 환경영향평가, 주민 수용성 확보, 전력망 연계까지 감안하면 10년 걸리는 프로젝트가 부지기수다.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된 300MW 규모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소는 2019년 7월 사업 허가를 받았는데 2028년 2월 준공 예정이다. 4.2MW 풍력발전기 80기를 세우는 고성 풍력발전소는 2015년 4월 허가를 받았고, 2029년 4월 준공이 목표다. 해상 풍력 발전도 문재인 정부 때 허가받은 사업 대부분이 2030년 즈음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 발언은 원전 건설 기간은 인허가 기간까지 포함해 최대한 늘리고, 태양광·풍력은 건설 기간만 떼어내 최소화해 비교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원전은 지을 곳도 없다”고 했다. 73국 석탄·원전·풍력·태양광 등 발전소 1400곳의 연간 발전량과 실제 부지를 관측한 2022년 미국의 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풍력은 연간 1TWh(테라와트시) 전력 생산에 1.3㎢가 필요하다. 지상 태양광은 20㎢, 천연가스는 4.1㎢, 석탄은 10㎢다. 원전은 0.071㎢이다.
에너지 정책은 손바닥 뒤집듯 이것 한번 해보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탈원전 없이 예정대로 원전 건설이 진행됐으면 지금 원전 2기가 더 가동됐을 것이다. 또 매년 1~2기씩 운영 허가 연장 심사를 받기 위해 멀쩡한 원전을 멈춰 세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래 놓고 원전은 건설 기간이 길어 재생에너지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실용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원전은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15년 장기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하고,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보조 배터리 삼아 전체 전력 공급을 늘려가면 된다. 글로벌 AI 전쟁은 전력 확보 전쟁이다. 싸고 좋은 물건을 두고, 굳이 비싸고 단점 투성이 물건만 사겠다고 고집이다. 이게 이재명식 실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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