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 부인 "남편 독살됐다…증거 있다"

김종훈 기자 2025. 9. 1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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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 나발나야 "서로 다른 두 연구소에서 남편 신체 샘플 검사…독살 결론 일치"
러시아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가 지난 6월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실에서 뉴스채널 개설을 알리면서 촬영한 사진./로이터=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비리를 폭로하다 지난해 교도소에서 사망한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살됐다고 나발니의 부인이 주장했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17일(현지시간) SNS X(옛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나발니의 신체에서 채취한 샘플을 해외로 보내 서로 다른 두 나라의 연구소에서 검사를 실시했다"며 "두 연구소는 나발니가 독살됐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나발나야는 "이 결과는 매우 중요한 공적 사안이며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며 "우리 모두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적었다.

게시글과 함께 올린 동영상에서 나발나야는 "남편은 독살당했다. 그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은 사망 두 달 전 북극권 너머에 있는 교도소로 이송됐다"며 "그들(러시아)은 남편을 3년 넘게 구금하면서 단순히 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을 완전히 무너뜨리려 했다"고 했다.

나발나야는 "그들은 3년 간 배고픔과 추위, 고립 여러 수단을 동원해 남편을 고문했다"며 "외부 연락은 물론 변호사 접견도 금지당했다"고 했다.

이어 나발나야는 몇몇 교도소 관리자들으로부터 들은 증언이라면서 나발니의 사망 정황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나발니는 지난해 2월16일 정오쯤 산책 일정을 이유로 다른 수감방으로 옮겨졌다. 산책 일정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발니는 배를 움켜쥐고 쓰러지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간수들은 나발니를 병동이 아닌 원래 수감방으로 옮겼다. 병동 의사는 점심식사에서 돌아와 나발니의 상태를 듣고 앰뷸런스를 불렀지만 나발니가 쓰러지고 40분이 지난 뒤였다. 앰뷸런스가 도착했을 때 이미 나발니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나발나야는 나발니의 신체 샘플을 검사한 두 연구소가 나발니가 독살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다시 전하면서 "(연구소의 검사) 결과를 공개할 법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도덕적 근거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발나야는 해외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데, 연구소 검사 결과 공개를 도와줄 국가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발나야는 "남편의 신체 샘플을 검사한 연구소들이 검사 결과를 보고서로 발간해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 푸틴 대통령에게 독살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끝으로 나발나야는 "내 남편에게 무슨 독이 사용된건지 검사 결과를 대중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발나야의 주장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발나야의 발언에 대해 아는 것도, 말할 것도 없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1976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정치인으로, 2011년 설립한 '반부패재단'을 통해 러시아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면서 주목받았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해 2위를 차지할 정도의 정치적 입지를 갖고 있었다. 2018년 러시아 대선에 출마해 푸틴 대통령과 대결하려 했으나 과거 지방정부 고문 시절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 때문에 후보 등록을 거부당했다.

2020년에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여 유명을 달리할 뻔했다. 나발니는 독일로 이송돼 치료받은 후 스스로 러시아로 귀국했고, 극단주의 선동 등 혐의로 총 30년 이상의 형량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나발니는 수감 중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다. 러시아는 나발니가 지난해 2월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나발니 사망 직후 푸틴 대통령이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직접 살해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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