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51> 동삼동패총 출토 고래뼈

정철 부산박물관 조사연구팀 학예연구사 2025. 9. 1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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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 동삼동 해안가 한 자락.

지금은 평범한 땅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수천 년 전 사람들이 남긴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묻혀 있다.

고래뼈는 단순한 뼈조각을 넘어 그 안에 당시 사람들의 뛰어난 기술과 용기, 그리고 바다를 향한 깊은 인식이 담겨 있다.

동삼동패총에서는 고래 외에도 돌고래 따개비 전복 등 다양한 해양생물의 흔적도 여럿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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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서 가장 오래된 포경 증거, 신석기인의 삶·문화·신앙 흔적 담겨

부산 영도 동삼동 해안가 한 자락. 지금은 평범한 땅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수천 년 전 사람들이 남긴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묻혀 있다. 바로 신석기시대 조개껍데기 무덤인 동삼동패총이다.

동삼동패총에서 출토된 혹등고래 귀뼈(위)와 반구대 암각화 고래 그림(3D 스캔). 부산박물관,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제공


1929년 처음 발견된 이곳은 한국 신석기 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다양한 토기와 석기, 그리고 동물 뼈들이 출토되어 선사인의 생활상을 밝혀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고래뼈다.

이 고래뼈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포경(고래사냥) 증거로 평가받는다.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그림 속 고래와 같은 종, 혹등고래의 귀뼈임이 확인됐다.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진 신석기인들의 생생한 사냥 장면이 실제 현실이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이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거대한 고래와 마주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경외심을 자아낸다. 단순히 조개를 캐고 물고기를 잡던 생계 수준을 넘어, 바다의 상징이자 생태계 최상위에 군림하는 고래를 사냥하거나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큰 상징성을 지닌다. 고래뼈는 단순한 뼈조각을 넘어 그 안에 당시 사람들의 뛰어난 기술과 용기, 그리고 바다를 향한 깊은 인식이 담겨 있다.

고래는 풍요의 상징이었다.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집이나 도구의 재료가 되었고, 거대한 몸집은 신앙적 의미를 지닐 가능성도 크다. 즉, 고래뼈는 단순한 생존 흔적을 넘어 당시 사회와 문화, 신앙까지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동삼동패총에서는 고래 외에도 돌고래 따개비 전복 등 다양한 해양생물의 흔적도 여럿 발견됐다. 최근 과학적 분석 기법의 발달로 이들의 서식지와 시기를 정확히 규명할 수 있게 되면서 선사시대 인간과 자연환경 간 상호작용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한 유물 조사에 그치지 않고, 당시 사람들의 생존 전략과 환경 적응 방식을 다각도로 해석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부산박물관은 지난달 22일부터 약 반세기 만에 동삼동패총의 재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어떤 고래뼈와 유물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낼지, 그리고 그것이 신석기인의 삶과 문화를 어떻게 새롭게 밝혀낼지 기대가 크다. 동삼동패총은 오늘도 사람과 바다의 깊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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